공장가동률, 재고율, 투자…李 정부 자찬 무색하게 하는 '숫자들'

강서구 기자 2025. 12. 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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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민생이 위험하다 3편
낮아지는 공장 가동률
재고율은 되레 높아져
살아나던 소비심리 다시 꺾여
원·달러 환율이 위험 요인
소비자물가 자극할 수도
적절한 경제 정책 위해
민생 진단 냉정하게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視리즈 '민생이 위험하다' 1~2편에서 살펴봤듯 민생경제는 여전히 회복보다는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소비 여력은 줄어들었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졌다. 민생의 현주소는 "한국 경제가 성장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는 정부의 자찬自讚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 이를 두고 누군가는 '새 정부 6개월 성적표를 보고 너무 성급한 비판론을 꺼낸 게 아니냐'고 꼬집을지 모른다. 어느 한쪽의 진영에서 '성적표'를 분석한다면 긍정적인 면만 부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지금의 성적표를 '자찬'할 정도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민생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지표들도 둔화세를 띠고 있어서다.

# 현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올바른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자찬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이다. 視리즈 '민생이 위험하다' 마지막 편이다.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자심리지수가 12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 악화하는 산업지표= 냉정하게 말하면 민생지표만 나쁜 건 아니다. 산업지표들도 불안하다. 생산과 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띠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11월 28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산업생산지수는 8월 대비 2.5% 감소했다. 2020년 2월(-2.9%)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생산이 26.5% 줄어들면서 1982년 10월(-33.3%) 이후 43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다른 지표들도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10월 71.0%에 그쳤다. 2024년 7월(7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평균가동률이 70%라는 건 공장 10곳 중 3곳이 멈춰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재고율 추이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100.1%를 기록했던 제조업 재고율은 10월 105.4%로 상승했다. 재고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제품이 팔리는 시간보다 창고에 쌓이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거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의 활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도 얼어붙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설비투자는 9월 대비 14.1% 감소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 18.4% 줄었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도 12.2% 줄었다. 건설 기성은 건축(-23.0%)과 토목(-15.1%)에서 모두 줄면서 20.9% 쪼그라들었다. 이는 1997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가 10월 90.1에서 11월 92.1로 반등했다는 점인데, 이 또한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CBSI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 소비심리도 꺾여…= 이뿐만이 아니다. 13조9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전국민에게 푼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로 살아났던 소비자심리지수(CCSI·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도 방향을 틀었다.

[사진 | 뉴시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4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삼아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란 의미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로 11월(112.4)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1월 112.4를 기록하면서 2017년 11월(113.9)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12월 들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번 하락폭은 비상계엄 여파로 소비자심리지수가 12.3포인트 급락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다. 환율의 상승은 수입 물가를 넘어 소비자물가까지 자극하고 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게 기름값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지난 11월 10일 리터(L)당 1700원대를 돌파한 이후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3일 L당 1746.88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 23일 1735.34원으로 0.06% 떨어진 게 전부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같은 기간 배럴당 65.37달러에서 62.12달러로 4.9% 하락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론 지난 24일 정부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개입을 하고,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간 면제해 주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환율이 하락하긴 했다.

한국외환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1449.8원)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1483.6원) 대비 33.8원 떨어졌다. 하지만 해외로 나갔던 달러가 실제로 유입되면서 환율이 안정적인 하향 흐름을 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밝지만은 않은 전망 = 당연히 경기 낙관론을 점치는 건 더 어려워졌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고용 시장엔 여전히 한파가 불고 있다.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쉬었음' 인구는 254만3000명으로 1년 전(242만명)보다 12만3000명 증가했다.

특히 사회 진출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인 20~29세 쉬었음 인구가 4.5%(38만7000명→40만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구직단념자도 33만5000명에서 35만3000명으로 5.3% 증가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일하기를 포기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데, 이는 경기 회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누군가는 새 정부 6개월의 성적표를 보고 너무 성급한 비판론을 꺼내든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6개월 성적표만 보고 한국 경제가 성장의 출발선에 섰다고 자찬해서도 안 된다. 2026년 새해엔 민생경제가 침체를 빠져나와 진정한 성장의 출발선에 설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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