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3수 끝에 이룬 꿈…그녀는 왜 '스벅 대사'가 됐나
클래스 기획·홍보 활동에 원산지·로스터리도 방문
임기 마친 후 현장서 "고객들과 커피 나누고 싶어"

2017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서 스타벅스에 입사한 신입 바리스타가 있다. 어느 날 매장 슈퍼바이저가 원두 한 알을 그에게 먹어보라며 건넸다. 커피콩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그는 슈퍼바이저의 조언에 따라 조심스럽게 원두를 씹었다. 크런치한 식감과 함께 쓴맛, 고소함 같은 커피의 여러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그때부터 커피가 정말 재미있어졌다. 8년 뒤인 올해 초 그는 전국 2만명 이상의 스타벅스 파트너를 대표하는 커피 앰배서더에 올랐다. 스타벅스 21대 커피 앰배서더 김윤하 파트너의 이야기다.
김 파트너는 버디(스타벅스 고객)부터 파트너까지 인정하는 '커피 덕후'다. 커피 이야기를 시작하면 "눈빛이 돌변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이렇게 커피에 빠진 그에게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 활동은 커피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클래스 기획부터 품질 개선, 홍보 활동까지 김 파트너가 한국 스타벅스의 얼굴로 달려온 지난 1년의 여정을 들어봤다.
세 번의 도전
김윤하 파트너가 커피 앰배서더에 처음 도전한 건 2022년이었다. 커피 앰배서더는 스타벅스가 매년 각 나라별로 최고의 커피 전문가 1명을 선발하는 제도다. 한국은 2005년부터 매해 커피 앰배서더를 선발하고 있다. 첫 도전 당시 김 파트너는 지역 커피 매스터였다. 지역 커피 매스터는 스타벅스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가로 선발한 이들로, 당시 전국에 270여 명뿐이었다. 첫 도전의 결과는 탈락이었다.
김 파트너는 이듬해 권역 커피 매스터로 승급한 뒤 다시 도전했다. 전국에서 12명만 선발되는 권역 매스터까지 올랐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실패 후 그는 커피 앰배서더 선발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다시 살펴봤다.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매년 '왜 우리가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가'로 동일했다. 김 파트너는 "첫 번째 도전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며 "두 번째는 청중 입장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를 파악한 그는 세 번째 도전에서 접근법을 완전히 바꿨다.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소통'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도 듣는 사람이 재미있어 할 포인트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발표하는 사람이 재밌어 보이고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겁게 받아들인다"며 "그 균형을 찾는 게 소통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세 번째 도전이 이어졌다. 마지막 관능(커피 감별) 평가를 마치고 무대에서 발표를 기다리던 순간 그는 '이번에도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다음에는 나오지 말아야겠다고 체념하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 또 세 번째 나간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았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족 단체 채팅방에 스타벅스 대표이사와 찍은 사진 한 장과 함께 '됐다'는 짧은 메시지로 소식을 전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찰 정도다.
클래스부터 홍보대사까지
커피 앰배서더가 되면 1년간 한국 스타벅스의 얼굴로 활동한다. 가장 큰 역할은 고객을 위한 커피 클래스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스타벅스는 '별다방 클래스'와 '리저브 프리미엄 클래스'라는 커피 세미나를 전국 매장에서 연다. 앰배서더는 이 클래스의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 김 파트너는 1년간 리저브 클래스를 수백 회 진행했다.
김 파트너가 기획한 모든 콘텐츠가 대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올 여름 상큼한 티 종류로 클래스를 열었지만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그는 "역시 스타벅스는 커피인가 보다"며 웃었다. 이후 김 파트너는 커피 추출 스킬을 연습하고 비교 테이스팅하는 내용의 '오감으로 즐기는 커피 세계'라는 클래스를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부 매장은 대기 인원이 100명을 넘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특한 클래스도 열었다. 처음 키즈 클래스 기획을 요청 받았을 때는 커피와 아이들을 엮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는 바리스타의 본질로 돌아가기로 했다. 김 파트너는 "바리스타는 커피를 매개체로 고객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며 "아이들에게는 주스나 케이크가 커피와 같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케이크를 플레이팅하고 음료를 만들어 부모에게 전달하는 바리스타 체험으로 클래스를 만들었다. 이 클래스 역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타벅스 커피를 알리는 대외 활동도 활발히 참여했다. 스타벅스 공식 유튜브 채널 '727스튜디오'에 출연해 새로운 원두를 소개하거나 커피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스타벅스의 얼굴로서 커피의 매력을 대중에게 전하는 '대사' 활동이었던 셈이다.
이와 함께 김 파트너는 파트너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스타벅스 내부 아카데미에 필요한 교육 영상을 촬영하고, 커피 학습 책자를 작성해 배포하는 것도 앰배서더의 역할이다. 파트너 교육에서도 앰배서더마다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데 김 파트너는 특히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파트너가 커피 지식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 지식으로 고객과 어떻게 소통할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교육 영상을 만들 때마다 한 꼭지는 고객 소통 팁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커피의 모든 여정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특전은 커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파트너는 커피 앰배서더 특전으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커피 원산지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직항조차 없어 경유지를 거쳐야했고 공항에 내린 후에도 차를 타고 또다시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가야하는 긴 여정이었다. 한국에서부터 꼬박 하루가 걸렸다. 힘들게 커피 농장에 도착했을 때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건 고지대의 뜨거운 햇살이었다.
그는 "커피가 고지대에서 자란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고지대였다"며 "뜨거운 해 아래서 하루 종일 일한다고 생각하니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만들어지는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이곳에서 직접 커피 체리를 따보고 커피나무를 심는 체험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생두 선별 과정이었다. 가공을 마친 생두들이 벨트를 타고 지나가면 작업자들이 그중 결점두를 하나하나 골라냈다. 김 파트너도 이 과정에 동참했다. 특이한 것은 같은 농장에서 나온 원두인데도 스타벅스용 원두와 일반 유통 원두의 벨트가 달랐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로 가는 원두는 수백 개 중 한두 개씩 결점두를 골라내도록 하고 있었다. 반면 옆 벨트에는 결점두가 훨씬 많았다. 그만큼 스타벅스용 원두는 좋은 콩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그는 "스타벅스는 고품질 원두를 취급한다고 책에서 읽고 교육받았지만 막연했다"면서 "두 벨트가 나란히 있는 걸 보니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원산지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품질 관리 시스템은 그가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설명할 때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됐다.
김 파트너는 일본 도쿄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도 방문했다. 전 세계에 단 6곳밖에 없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커피를 직접 볶는 고급형 특수 매장이다. 국내에는 로스터리가 없어 파트너들은 로스팅을 직접 해볼 기회가 없지만 김 파트너는 직접 로스팅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가 로스팅한 원두는 기계로 자동 포장돼 매장 선반에도 올라갔다. 어느 일본 고객이 자신이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원산지부터 로스터리까지의 여정은 그에게 커피 한 잔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체감하게 했다. 커피를 단순히 좋아하는 걸 넘어 커피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사랑하게 된 1년이었다고 그는 돌아봤다. 그는 "커피 체리를 따는 것부터 한 잔을 내리는 모든 과정이 소중한 작업이고 다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다시 현장으로
1년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는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앰배서더로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멀어진 아쉬움도 크다. 커피 앰배서더가 되면 매장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에게는 특히 그랬다. 고객과 대화하며 커피를 나누는 바리스타 본연의 일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컸다. 클래스를 기획하고 교육 영상을 만드는 일도 의미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매장에서 고객 한 명 한 명과 나누는 대화였다. 그는 "리저브 원두 엽서(리저브 매장에서 제공하는 원두 소개 카드)를 써도 고객들의 반응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는 가끔 커피 앰배서더 선발 직전까지 근무하던 동탄역롯데R점을 찾아간다. 리저브 매장인 이곳에는 앰배서더가 되기 전부터 알던 단골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는 "고객님, 이거 제가 썼어요"라며 직접 쓴 리저브 원두 엽서를 꺼내 보여준다. 고객들은 반색하며 여러 피드백을 준다. 김 파트너는 "고객들의 그런 피드백을 받을 때가 너무 좋다"며 "임기 기간 동안 이런 피드백을 직접 듣고 반영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게 부족해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1년간 느낀 이런 아쉬움 때문에 그는 최근 선발된 22대 커피 앰배서더에게도 현장을 강조하고 있다. 김 파트너는 현재 두 달 반 동안 22대 커피 앰배서더 김도형 파트너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함께 활동 중이다. 그는 "커피 앰배서더는 현장감을 놓칠 수밖에 없다"면서 "요즘 트렌드가 뭔지 고객들이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현장에 가서 파악해야 클래스 기획할 때 반영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면 그는 매장으로 다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매장으로 가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지금처럼 전국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해당 매장 파트너들에게는 커피에 대한 열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매장으로 돌아가면 고객들과 커피 한 잔 나누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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