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떠난 베테랑 홍건희의 잔혹한 연말

유새슬 기자 2025. 12. 2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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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희. 두산베어스 제공

올겨울 두산을 떠난 홍건희(33)가 예상 밖의 잔혹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투수조장으로 두산 마운드를 이끈 홍건희는 지난 11월17일 옵트아웃을 발동해 두산과 결별했다. 2년 전 두산과 맺은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 계약에 따라 홍건희는 2026시즌부터 2년간 15억 원에 두산에 잔류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었고 잔류를 포기했다. 자신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을 찾아 도전장을 던졌다. 홍건희의 결정에 따라 두산은 홍건희를 2026시즌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2020시즌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커리어 하이를 찍은 홍건희는 올해 팔꿈치 부상 여파로 20경기 등판해 16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 6.19다. 그럼에도 두산은 홍건희의 잔류를 원했다. 팀 투수진이 전반적으로 어려 홍건희 같은 베테랑이 남아 중심을 잡아주길 바랐다. 두산 투수 코치 시절 홍건희를 지도한 바 있는 김원형 두산 감독도 홍건희와의 재회가 무산되자 아쉬움을 표했다. 구단은 2차 드래프트에서 베테랑 이용찬을 지명해 홍건희의 빈자리를 메웠다.

팀 후배들은 홍건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건희 형이 좋은 계약을 맺어야 우리도 더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응원했다. 베테랑 투수가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며 팀을 박차고 나간 것은 분명 큰 자신감이자 용기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굵직한 FA 계약은 전반적으로 마무리된 시점에서 아직 홍건희를 영입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진 않는다.

새로 도입된 아시아쿼터제의 영향이 겹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단들은 2026시즌부터 최대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에 아시아 선수 1명을 추가로 쓸 수 있는데 올겨울 10개 중 9개 구단이 투수를 영입했다. 높지 않은 가격에 선발이나 불펜의 한 축을 맡길 기회인 만큼 구단들의 아시아쿼터 경쟁은 치열했다. 구단 입장에서 홍건희 같은 베테랑 불펜과의 협상은 일단 아시아쿼터 계약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아직 시장에는 조상우·김범수·김상수 등 불펜 FA들이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다. 홍건희 역시 새 소속팀을 찾더라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진입한 홍건희는 마무리로도 뛰며 2023년 20세이브 이상을 거뒀고 롱릴리프도 가능해 불펜에서 활용도가 높다. FA 권리를 신청한 케이스가 아닌 방출 선수 신분이라 ‘보상’의 제약도 없다.

새 시즌 자신을 원하는 팀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홍건희는 여느 비시즌처럼 차분하게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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