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허같았던 땅에 64m 크레인 ‘우뚝’…年생산량 20척까지 높이고 스마트 야드 추진
‘美 해사청 발주’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 건조 한창
현지서 인기 끈 견습생 프로그램…경쟁률 12대1까지 올라
한화 인수 1년만에 1만8000㎡ 부지 정비…생산 효율 300% ↑
수주잔량 1척→13척 증가
네이비 야드 내 도크 2개·안벽 3개 추가 확보 검토 중
인력난 해소 위해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 추진

[헤럴드경제(필라델피아)=박혜원 기자] “견습생 20여명 모집에 기본적으로 100명, 많게는 200명 넘게도 지원자가 몰려요. 얼마나 진지하게 일할 수 있는지, ‘애티튜드(attitude·태도)’를 보고 인재를 선별합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 인력 교육센터에서 만난 션 젠킨스 기술 교육 담당자는 자사 인력 채용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교육센터에선 현지 견습생들이 용접 지도를 받고 있었다. 최근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해 실무에 투입되고 있는 인력들이다.

10년 안에 4000명까지 인력을 늘리겠다는 한화필리조선소 계획 아래 현지 채용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인력은 1700여명 수준이다. 한화필리조선소에 따르면 올해 6차례에 걸쳐 진행된 견습생 모집 경쟁률은 12대 1까지도 치솟았다. 올해는 총 130여명이 견습생 프로그램을 거쳐 채용됐다. 현장 관계자는 “임금은 시간당 23불(한화 약 3만5000원)에서 시작해 어떤 포지션을 맡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인수 1년을 갓 넘긴 이날 필리조선소에선 인력 채용을 비롯한 인프라 투자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한화필리조선소 도크(dock)에선 미국 해사청이 발주한 선박 건조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미국 해양대 학생 훈련 등에 쓰이는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이다.
건조 작업이 한창인 필리조선소 설비들 너머로는 퇴역 군함들 4대가 나란히 서있었다. 사용 연한을 한참 넘겨 사실상 사용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그대로 세워두고 있는 것이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 소장(상무)는 퇴역해야 할 군함조차 버리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미국 조선 산업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한화필리조선소 역시 한때는 이런 역사와 함께 낡아가던 조선소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빈 땅으로 방치돼 있던 지반을 정비해 높이 64m에 달하는 골리앗 크레인(대형 크레인)을 설치했다. 조 상무는 “필리조선소 인수 후에 가장 먼저 한 작업이 바로 철판을 깔아 지반을 강화해, 선박 건조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포함해 한화가 인수 이후 새롭게 정비한 조선소 면적은 1만8000㎡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의 대형 블록 공법이 적용돼 해당 공정의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기존의 유휴 부지는 블록 및 자재 적치 공간으로 만들어 생산 효율을 약 300%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과정을 한화 인수 직전 1척에 불과했던 한화필리조선소 수주 잔량은 현재 13척으로 늘어났다.
한화필리조선소 개편 작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수 년간 발생한 수리 비용만 수십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조선소 설비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 상무는 “생산 중간에 설비가 멈추는 일이 매우 잦아, 현재는 한화오션에서 장비를 임차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2027년까지는 설비 투자가 계속될 예정이다. 1998년에 도입돼 단 한 번도 개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골리앗 크레인 교체, 충돌방지 센서 등 안전 장비 도입, 올해와 내년 두 차례에 걸친 핵심 부품 및 시스템 교체 등이 앞으로 계획돼 있다. 조 상무는 “현지 환경 맞춤형으로 개발한 장비를 새로 도입하면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해군 네이비 야드 내 한화필리조선소 위치. [한화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5/ned/20251225125956912ntyf.jpg)
조선소 부지 자체도 넓힐 계획이다. 지금 한화필리조선소는 200년 가까이 미국 해군 함정 건조와 정비를 위해 쓰이던 네이비 야드의 2개 도크를 쓰고 있다. 나머지 도크는 미국 해군 선박 유지·보수에 쓰이고 있지만 활용도는 극히 낮다. 한화필리조선소는 네이비 야드 내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2척 수준인 현재의 생산 역량을 20척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 기반 스마트 야드 구축도 핵심 과제다. 우선 수백대 물량의 용접기를 조선소 특화 자동 용접기로 교체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용접로봇 ‘인디(Indy)’도 투입된다. 협소하거나 밀폐돼 접근이 어려운 구역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조 상무는 “한화오션은 선체 블록 후판을 용접하기에 최적화된 자동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며 “안전과 품질이 검증된 기법과 장치들을 현지 인력들에게 교육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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