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용접 불꽃 튄 한화필리조선소…"핵잠수함 건조 최적 입지"
수습생 모집 12대 1 경쟁률…트럼프 "韓 한화와 조선소 다시 열어"

(필라델피아=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지난 22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한화필리조선소.
섭씨 영상 4~5도의 겨울 날씨에 인접한 델라웨어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매서웠지만, 조선소의 실내 작업장은 선박 건조에 쓸 철판을 자르고 깎고 이어 붙이는 근로자들과 장비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첨단 무기를 갖춘 대규모 전함을 도입하는 '황금 선단'(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한 날이었는데 그는 '한화'와 협력하는 필리조선소를 콕 집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은 한국 회사와 일할 것이다. '한화'라는 좋은 회사로 최근 50억 달러(약 7.2조 원)를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우리는 한때 위대한 조선소였던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다시 열고 있다"라고 했다.
한화그룹은 1년 전 1억 달러(약 1450억 원)를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향후 50억 달러(약 7.2조 원)를 투자해 현재 연간 1~1.5대 수준인 건조 능력을 2030년까지 연 10대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칠한 높이 약 107m, 넓이 165m의 골리앗 크레인은 4독(dock)에서 2대의 선박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독에서는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NSMV는 미국 해군사관생도들의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선박이다.
지난 7월 찾았던 필리조선소 실외 공간은 배를 건조하는 독 외에는 별다른 기자재 없이 다소 황량한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실외 야적장에 쌓여 있는 대형 후판과 블록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장은 "처음 인수했을 때는 조선소 지반이 약해 무거운 철제와 블록들을 놓지 못했었다"면서 "인수 후 지반 강화를 했고, 그 덕분에 지금 보시는 것처럼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 측은 조선소 내 1만 2000㎡ 규모의 비생산 구역을 옥외 대형 블록 제작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대형 블록 공법을 적용해 해당 공정의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약 200% 수준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약 1만 8000㎡ 유휴부지를 블록 및 자재 적치 공간으로 확보해, 물류 병목을 해소하고 해당 구역의 생산 효율을 약 300%까지 끌어올렸다.
1년간 직접 고용인원은 30% 증가했다. 조선소 인수 후 신설한 수습(修習) 프로그램을 통해 올 한 해 동안 126명을 신규 채용했다. 최근 모집에서는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필라델피아 지역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조선소에서 만난 션 젠킨스 기술 강사는 "각 기수마다 약 20명의 수습생이 있는데, 지원서 접수 기간이 시작될 때마다 평균 100명가량이 지원한다"면서 "현재는 약 200명의 수습생이 교육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노후 설비 교체와 핵심 장비 현대화를 위해 설비 투자를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핵심 설비 23%를 교체하는 등 노후설비를 줄여 생산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한화필리조선소는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현재 유일하게 상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다. 서부의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나스코 조선소와 함께 미국에서 상선 건조가 가능한 2개 조선소 중 한 곳인데, 한화는 이곳에서 향후 군함은 물론, 핵추진잠수함까지 건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발표한 톰 앤더슨(Tom Anderson)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한화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잠수함 공동 생산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 해군을 위해 건조되는 잠수함의 생산 일정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의 강력한 공급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행사에 함께한 알렉스 웡(Alex Wong) 한화그룹 CSO(글로벌 최고전략 책임자)는 "미국은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는 미 해군은 물론 한미 동맹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필리조선소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조선소(코네티컷 HII Newport News, 버지니아 GE Groton)와 인접해 있어 직접적인 협업과 현장 경험 공유, 부품과 모듈 운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 해군 원자로국과 해군 핵추진 프로그램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현재 한화는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재원을 활용한 중장기 부지 확장 및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독 2기와 안벽 3기 확보, 약 39만 6000㎡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 자동화 설비, 스마트야드 시스템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듀얼 유즈'(Dual Use) 조선소 전략, 즉 상선 분야에서는 이미 보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동시에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가능성도 함께 운영하겠다"라고 말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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