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의 함정…‘김부장 이야기’가 남긴 퇴직자의 부동산 투자 유의점 3 [비즈니스 포커스]

민보름 2025. 12. 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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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남긴 여운이 길다. 은퇴 기로에 선 수많은 이 시대 김 부장들뿐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남 일처럼 여기기 어려운 과·차장, 대리들까지 공감하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한 취미 커뮤니티에서는 “30대 중반 대기업 직장인인데 눈물을 흘리며 봤다”, “나의 미래가 그려지면서 내용이 피부에 확 와닿았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만큼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뜻이다. 드라마 열풍에 원작 소설과 웹툰도 재조명 받고 있다.

타이틀에 ‘서울 자가’와 ‘대기업’이라는 수식어는 대한민국에서 평균 이상의 자산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집계에서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11.9%에 불과했다. ‘억대 연봉’이라는 설정상 김 부장(김낙수)의 월 실수령액은 600만~700만원 선일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서울 서베이에 따르면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서울시민 비중은 전체의 43.4%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1월 기준 10억9000만원(KB부동산)이다.

그럼에도 극중 김 부장은 예상치 못한 은퇴를 맞아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큰 위기를 겪는다. 부동산은 가구 자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기 투자처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 사례를 통해 부동산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알아볼 수 있다.

 “원수에게 권해라” 신도시 분양 상가

김 부장은 단 한 번도 승진에서 누락된 적이 없는 대형 통신사 ACT의 팀장이자 차기 임원감으로 주목받던 인재였다. 그랬던 김 부장의 자존심과 자산 규모에 크나큰 타격을 안긴 단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상가 사기분양’이었다. 이 사건으로 금전적 위기에 처한 김 부장은 자랑이었던 ‘서울 아파트’까지 매도하게 된다.

김 부장의 눈을 멀게 한 영업사원의 말은 바로 ‘월세 보장’이다. 드라마에서는 신도시 1층 분양 상가가 곧 역세권이 될 입지로 스타벅스 입점도 가능해 ‘월세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속이는 설정이다. “월 수익을 보장한다”든가 “공실이 없다” 등의 홍보는 허위과장광고에 속한다. 그러나 대체로 이 같은 홍보는 구두로만 오갈 뿐 공식 홍보물이나 분양계약서에 없는 내용이라 김 부장 사례처럼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2021년 출간된 원작 웹소설과 웹툰에서는 월세가 500만원으로 줄고 대신 상가도 드라마보다 3억원가량 저렴한 7억원(드라마에선 10억5000만원)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신도시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김 부장은 이처럼 비싼 분양가도 기존 11억원보다 할인해주겠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가족과 상의도 없이 덜컥 상가를 분양받겠다고 계약하고 퇴직금과 저축 외의 금액을 대출받게 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월 500 보장’이 은퇴자들을 구분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계약으로 이끄는 ‘마법의 단어’로 통한다. 월 500만원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부부 월 연금액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은퇴 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는 350만원으로 나타났다. 설문 대상자들이 실제 조달할 수 있다고 답변한 평균 생활비는 230만원에 불과했다. 드라마 속 김 부장 역시 월급 200만원에 친척 회사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갈등만 겪다 결국 퇴사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 상가는 좋은 입지라 하더라도 임차인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실에서 출발해야 하는 분양상가보다 구축상가를 추천한다. 오랜 공실 기간 동안 대출이자와 관리비, 재산세 등이 오롯이 상가주의 부담으로 남는다. 이 같은 공실 구분상가는 정리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실거주 용도로 쓸 수 있는 주택이나 토지가격이 반영되는 건물과 달리 구분상가는 임대수익에 따라 시세가 정해지는 탓이다.

결국 각종 비용부담에 시달리던 은퇴자들의 상가가 경매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공실상가 문제가 세종특별자치시부터 위례신도시, 지방 혁신도시를 휩쓸면서 분양상가는 기획부동산, 지역주택조합과 함께 “원수에게 추천하라”는 부동산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상가경매가 가장 많은 지역은 하남과 안산 거북섬 인근”이라며 “자기자본 3억원 정도에 대출을 껴서 상가를 구매한 경우가 많은데 경매가 유찰을 반복하며 결국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되는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

한때 웃돈까지 붙으며 열풍이 일었던 거북섬 인근 상가들은 ‘공실 지옥’에 빠져 있다. 시흥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거북섬 46개 상가의 공실률은 84%에 달한다. 지지옥션 검색 결과 올해 1월부터 매각기일이 정해졌던 경기 시흥시 정왕동 상가 경매는 총 87건으로 ‘시화MTV메가스퀘어’, ‘퍼스트에비뉴 1~2차’ 등 같은 건물에서도 여러 건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오이도역 인근 구도심 상가를 제외하면 낙찰가율은 30%를 밑돈다.

 토지·건물 전 같지 않아

김 부장이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로 등장한다면 원작에서는 더 비중이 높은 송 과장(송익현)과 김 부장 초등 동창(별명 놈팽이)이 성공 사례로 나온다. 송 과장은 부친의 친구가 토지 보상으로 부를 얻는 과정을 보며 토지에, 동창생은 건물에 투자해 건물 임대소득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잘 풀린 사례로 등장하지만 이들이 성공을 얻는 과정은 순탄치 않게 그려진다. 송 과장은 ADHD를 극복하고 어렵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주말마다 수도권 외곽에 임장을 다니며 땅에 대해 공부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동창생도 김 부장과 달리 공부를 잘하거나 사회에서 승승장구하지 못하고 ‘백수’였다는 설정이다.

월 임대소득 3000만원을 얻는 동창생은 “절반이 세금이다. 의료보험(건강보험)만 300씩 나온다”며 “말이 건물주이지 (임차인이) 밤이고 새벽이고 전화하고 24시간 콜센터”라고 토로한다.

건물 소유주들은 일명 ‘갓물주’로 불리며 ‘불로소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까지 부동산 호황기에는 가파르게 오르던 땅값이 건물 시세에 반영되며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수십억원대 ‘빌딩 시세 차익’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던 것도 이때 있었던 일이다.

3기신도시 호재 등이 나오며 경기도 땅값도 들썩였고 잠잠한 듯 했던 기획부동산도 다시 기승을 부렸다. 개발제한구역, 자연녹지지역 등 개발이 어려운 땅을 헐값에 사들여 “개발 호재가 있다”면서 여러 명에게 쪼개 비싸게 팔면서 시세 차익을 챙기는 것이 기획부동산들의 수법이다. 경기도에선 광주시 소재 8만여㎡ 임야를 236명에게 쪼개 판 사건도 있었다.

건물 투자수요가 늘자 건물 가치를 올려 받기 위해 친인척이나 지인을 임차인으로 동원해 1층에 높은 임대료를 맞추거나 1년 무상 임대 또는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주는 식으로 높은 가격에 임대차계약을 맺어두는 수법도 성행했다. 건물이 매수인에게 넘어가면 이들 임차인은 빠지고 건물은 공실로 남는다.

‘김부장 이야기’ 소설은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던 2021년 출간됐다. 지금의 부동산 투자환경은 그때와 많이 변했다. 굳이 사기에 당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 금리가 오르고 소비심리가 꺾이면서 꼬마빌딩을 비롯한 부동산 자산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발 대상으로 지정된 택지의 경우에도 공사비가 오르면서 일정 수준의 분양가를 받을 수 없는 곳은 개발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통상 상가건물은 대출을 많이 받아 사게 되는데 요즘 금리가 오르면서 건물 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고환율 문제로 금융당국에서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아 지금의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요즘 전용면적 84㎡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 공사비가 4억4000만원이라고 하는데 토지비까지 하면 최소 7억원에 주택 분양이 가능한 곳이 개발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랑스러운 ‘똘똘한 한 채’ 은퇴 후에는?

많은 은퇴자들은 “집 한 채 겨우 남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통계청의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 자산의 77.7%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가구에서 부동산 비중 70.5%보다 높다.

통상 젊은 시절에는 자산이 적고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장만하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국내 가정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더 넓은 집, 학군 등이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를 띠게 된다.

최근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으로 인해 일명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 드라마에서 도 부장(도진우)이 거주하는 ‘반포 리버팰리스’와 백 상무(백정태)가 투자한 재건축 아파트가 대표적인 ‘똘똘한 한 채’에 속한다. 극중 반포 리버팰리스는 매매 시세가 68억원으로 등장한다.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양지영 전문위원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후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을 분석한 결과 강남3구와 용산구의 신고가 거래 비율이 9.0%포인트(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천(-11.6%p), 도봉(-12.5%p), 노원(-13.4%p) 등의 신고가 비율은 큰 폭으로 낮아지는 등 초양극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이 ‘똘똘한 한 채’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환할 대출이 없더라도 보유세, 관리비 등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반포 리버팰리스의 모델로 알려진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면적 84㎡ A타입의 보유세는 올해 공시가격 기준 재산세(933만8220원), 종합부동산세(1229만8750원)까지 최대 2163만6970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격히 올라 매도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자녀 교육이 다 끝나도 사는 동네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자식들이 혼인할 때까지 버티는 주민들도 있다”며 “팔고 공기 좋은 곳에 이사를 가고 싶어도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자산이 감소하는 셈이라 매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의 경우에는 전세가 오르면서 집주인이 월세를 주고 더 저렴한 곳으로 이사 가는 사례도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실거주자들의 매수가 이어지면 점점 임대차 매물이 적어지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해 다주택자 규제를 풀고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인하해야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완화되면서 시장에 매매와 전세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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