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병원비만 연 400만원, 싱글 공무원 하루씨의 하루살이
30대 싱글 공무원 재무설계
상여금 제대로 활용 못해
매년 수십만원씩 적자 발생
수익률 낮은 재테크도 문제
취업에 성공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도 변한다. 늘어난 주름살, 작아진 몸이 계속 눈에 밟히니, 자녀로선 외면하기 쉽지 않다. 사회초년생 중 상당수가 월급을 쪼개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그러느라 자신의 재무목표를 소홀히 다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무원 양하루씨도 그런 케이스다.
![부모님 병원비는 자녀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5/thescoop1/20251225104127889ocfe.jpg)
평균적으로 결혼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결혼서비스 평균 비용은 2086만원이다. 신혼집 평균 비용은 3억408만원(결혼정보회사 듀오ㆍ3월 기준). 둘을 더하면 부부 한쌍이 준비해야 하는 자금은 총 3억2494만원이다. 여기에 혼수와 신혼 여행비 등을 고려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공무원 양하루(가명ㆍ31)씨도 결혼준비로 고민에 빠져 있다. 남자친구는 없지만 5년 안에 결혼하는 걸 목표로 삼은 하루씨는 이를 위해 결혼자금 2000만원과 주택마련자금 1억원을 모으려 하고 있다. 여기에 가능하다면 자동차도 구매해 출퇴근 용도로 썼으면 한다. 비용은 3000만원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루씨의 목표는 과하지 않다.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을 받기 때문에 정년이나 노후 부담이 일반 직장인보다 덜하다.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를 여유 있게 할 수 있으므로, 결혼이나 내집 마련 같은 단기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하루씨의 가계부는 매월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적자 규모도 50만원으로 적은 편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 대비는커녕 빚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컸다.
Q1 지출구조=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하루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그의 월급은 300만원, 연간 상여금은 800만원이다. 소비성지출은 주거비ㆍ공과금 5만원, 식비 30만원, 교통비 15만원, 통신비 10만원, 개인용돈 20만원, 여가생활비 20만원 등 100만원이다. 전세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 관리비ㆍ공과금이 다달이 나간다.
여기에 쇼핑과 여행, 부모님 용돈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1056만원, 월평균 88만원이다. 소비성지출과 비정기지출 등을 더하면 총 188만원이다.
금융상품은 특별한 게 없다. 보장성보험(15만원)과 적금(100만원), 학자금대출이자(7만원) 등 122만원이다. 하루씨는 자신의 보험(10만원) 외에 부모님 보험(5만원)도 함께 내고 있다. 총지출은 310만원으로 매달 50만원을 초과 지출했다. 상여금(연 800만원)으로 연 600만원에 이르는 적자를 만회하고 있지만, 남은 상여금(200만원)은 어떻게 쓰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Q2 문제점=하루씨 가계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정기지출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연간 1056만원은 4인 가족의 비정기지출 수준과 맞먹는다. 사용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니, 부모님 병원비가 400만원으로 비중이 가장 많았다. 남은 656만원은 여행비나 부모님 용돈, 명절비 등으로 쓰고 있었다.
하루씨처럼 부모님의 병원비나 대출금을 지원하는 싱글들이 더러 있다. 부모님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합리적인 비용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정작 자신의 재무 목표를 이루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하루씨가 5년 안에 이루길 원하는 목표(결혼자금 2000만원+주택마련자금 1억원+자동차 구입자금 3000만원)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적금(100만원) 하나에 '올인'하는 저축 방식도 개선이 필요했다. 보수적인 하루씨의 투자 성향이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적금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투자형 상품에 골고루 가입할 필요가 있다.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Q3 해결책=일단 목표를 축소하기로 했다. 하루씨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계획을 결혼 뒤로 보류했다. 자동차는 구입한 그 순간부터 자산가치가 떨어지므로, 미래의 남편과 상의한 뒤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 다음엔 과도한 지출을 줄였다. 먼저 비정기지출(월평균 88만원ㆍ연 1056만원)을 손봤다. 가장 큰 부담이었던 부모님 병원비(연간 400만원)는 연간 상여금(800만원) 중 500만원을 비상금통장에 넣고 활용하기로 했다.
부모님의 과거 병력 때문에 실손보험을 추가할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선 상여금을 모아 병원비에 대비하는 게 최선이다. 하루씨 보험료(15만원) 중 부모님 보장성보험(5만원)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갱신형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금액이 오르지 않으므로 해지할 이유가 없었다.

여행과 명절비, 부모님 용돈 등에 쓰던 비정기지출(연간 656만원)은 남은 30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여행 횟수와 부모님 용돈을 줄여 300만원 안에서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상여금을 100% 활용해 비정기지출을 88만원에서 0원으로 만들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요리 같은 원데이클래스로 쓰던 여가생활비(20만원)는 10만원으로 절반을 줄였다. 금리가 낮은 적금(100만원) 역시 45만원으로 55만원을 줄였다.
이렇게 하루씨는 총 153만원을 절약했다. 적자 50만원을 빼면 103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한 셈이다. 이것으로 금융상품을 다시 설계했다. 먼저 시중은행 적금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기펀드(20만원)에 가입해 주택마련자금을 모으도록 했다. 투자에 소극적인 하루씨의 성향을 고려해 액수를 적게 잡았다. 또 주택청약종합저축(25만원)에 가입해 청약의 기회도 노려보기로 했다.
적금보다 높은 수익률 필요해결혼 자금을 마련하는 용도로는 증권사 발행어음(38만원)에 가입했다. 증권사에 돈을 맡기고 약속한 이자를 받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잘 찾아보면 은행 적금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3% 초반대의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비상금 용도로 CMA통장에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금융상품 총액은 122만원에서 170만원으로 48만원 늘었다. 여기에 줄인 지출(90만원)을 더하면 한달 총지출은 260만원. 월급과 딱 맞다.
하루씨는 상여금을 잘 운용해 연간 1056만원에 달했던 비정기지출을 '제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병원비 등 부모님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동시에 결혼과 주택 마련 등 기존 재무 목표에도 한발 더 다가갔다. '5년 안에 결혼에 골인하겠다'는 하루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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