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조 ‘현질’에 경쟁자 질려버렸다…젠슨황이 껍데기만 남겨버린 회사는?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5. 12. 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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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탈(脫) 엔비디아' 진영의 선두 주자로 꼽히던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핵심 자산과 인력을 전격 인수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그록을 회사로서 인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그록의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고 저지연 프로세서 IP를 라이선스하여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아키텍처를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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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스타트업 그록 전격 인수
회사 통째로 사들이는 지분인수 대신
규제 피해 핵심자산·인재만 사들여
추론용 칩 기술확보로 독점력 강화
그록 몸값 3개월만에 3배 수직 상승
삼성·블랙록 투자자둘도 덩달아 대박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블랙웰 칩을 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탈(脫) 엔비디아’ 진영의 선두 주자로 꼽히던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핵심 자산과 인력을 전격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약 200억달러(약 28조 4000억원)로, 엔비디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이번 딜은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지분 인수가 아닌, 기술 자산(IP)과 인력만을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글로벌 반독점 규제를 우회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CNBC와 그록 공식 성명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그록과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 및 자산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그록의 창업자이자 CEO인 조나단 로스와 써니 마드라 사장 등 핵심 경영진 및 엔지니어 팀이 엔비디아로 적을 옮긴다.

“회사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 다 샀다”
4일(현지시간) AI 칩 스타트업 그록(Groq)이 홈페이지를 통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그록의 창업자 조나단 로스는 엔비디아로 자리를 옮기며, 그록은 사이먼 에드워즈 신임 CEO 체제로 전환해 독립 운영된다. [출처=그록]
그록의 투자사인 디스럽티브(Disruptive)의 알렉스 데이비스 CEO는 CNBC를 통해 “이번 거래는 전액 현금 200억달러 규모로 진행되며, 엔비디아가 그록 클라우드 사업부를 제외한 모든 자산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9년 엔비디아가 멜라녹스를 인수할 당시 기록했던 7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그록을 회사로서 인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그록의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고 저지연 프로세서 IP를 라이선스하여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아키텍처를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플렉션AI의 인력을 흡수하고, 아마존이 어뎁트AI를 사실상 인수한 방식과 유사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반독점 규제 당국의 합병 승인 절차를 피하기 위해 ‘변칙적 인수’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 TPU 아버지, 엔비디아 품으로
구글 AI 추론 칩, ‘TPU 7세대’ 아이언우드. [출처=구글]
그록은 2016년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개발 주역인 조나단 로스가 설립한 회사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추론’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LPU(Language Processing Unit) 기술로 주목받았다. 지난 9월 펀딩 당시 기업가치는 약 69억달러(약 9조 8000억원)로 평가받았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약 3배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게 됐다.

이번 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블랙록, 시스코, 알티미터 등 그록의 주요 투자자들은 막대한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가 파트너로 있는 ‘1789 캐피털’ 역시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 학습 넘어 ‘추론’ 시장까지 장악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독점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록은 그동안 엔비디아 GPU의 비싼 가격과 공급 부족을 파고들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해왔다.

엔비디아는 경쟁사를 제거함과 동시에 그록의 강점인 ‘빠른 추론 속도’ 기술을 흡수하여, AI 학습 시장뿐만 아니라 추론 시장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그록은 사이먼 에드워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신임 CEO를 맡아 독립 법인으로 남게 되며, 기존 ‘그록 클라우드(GroqCloud)’ 서비스는 중단 없이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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