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세상)청소년 활동, ‘결핍’을 고치기보다 ‘강점’을 채우자

우리 사회의 청소년 정책은 오랫동안 '통제와 금지' 중심의 보호 논리에 기대어 왔다. 2011년 도입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접속을 일률적으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계정 도용이나 우회 접속을 낳았고 과몰입 예방 효과도 미미했다. 결국 이 제도는 2022년 폐지되었고, 청소년과 가정의 선택을 존중하는 자율적 제도로 전환되었다. 이는 국가의 일방적 통제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고, 최근 호주에서 시작된 16세 이하 청소년의 SNS 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제도 시행과 폐지의 경험은 청소년 정책과 활동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시사한다. 바로 문제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긍정적 요소를 '채워 나가는' 접근이다. 흙탕물을 맑게 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하나하나 걸러내기보다, 맑은 물을 지속적으로 부어 자연스럽게 밀어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이는 청소년을 결핍과 위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성장의 주체로 인식하는 '강점 기반 접근(Strength-Based Approach)'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청소년 정책과 교육, 복지 현장은 위기, 비행, 중독, 탈선과 같은 문제 중심 언어에 익숙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 결과 문제 행동의 억제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청소년이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사회 속에서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배웠지만,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배우지 못한 청소년이 늘어난 것이다.
강점 기반 접근은 시선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성적이나 규범 준수 여부만으로 청소년을 평가하지 않고, 작은 재능과 선한 의지, 또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책임감,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주목한다. 이는 '긍정적 청소년 발달(Positive Youth Development, PYD)'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청소년 활동은 지적과 훈계보다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실패를 처벌의 근거가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해석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SNS, 인터넷 과의존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한 사용 제한이나 경고 중심 교육은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디지털의 위험성을 넘어 비판적 이해와 활용 능력을 기르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공간을 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워 나갈 때, 스마트폰이 차지하던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평가 방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 사고 발생률 감소나 문제 행동 억제와 같은 부정적 지표만으로는 청소년 활동의 성과를 설명할 수 없다. 주도성의 향상, 공동체 소속감, 참여 경험의 확대와 같은 긍정적 변화가 평가의 중심이 될 때, 정책과 현장의 방향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청소년 정책의 목적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는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신뢰와 지지를 쌓아 갈 때 변화는 가능해진다. 실수 앞에서 낙인보다 가능성을 먼저 말해 주고, 통제 대신 참여와 기여의 무대를 제공할 때 청소년의 에너지는 공동체를 살리는 힘으로 전환된다.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빛을 밝히는 것, 그것이 오늘날 청소년 활동이 지향해야 할 본질이다. 결국 긍정을 채우는 일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류명구(달성군청소년센터 관장/ 대구과학대청소년평생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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