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달러 vs 18만 달러” 극과 극으로 갈리는 2026년 비트코인 전망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2025. 12.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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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빠져나가고 반감기 이후 약세 구간과 겹쳐 하락
비트코인 가격은 10월 12일 12만6000달러(약 1억8300만 원)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만 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11월 1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모습. 뉴스1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니다(Bitcoin is not digital gold)."

12월 21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5년 5가지 시장 동향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과 정부의 재정 낭비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쓰여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투자자들은 실제 금을 더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10월 초 고점을 기록한 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기관투자자 역시 암호화폐 비중을 축소하는 가운데 월가에서도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 고점 대비 30% 급락

비트코인 가격은 10월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6000달러(약 1억8300만 원)를 넘긴 뒤 12월 말 8만7000달러(약 1억27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며 30% 가까이 폭락했다(그래프 참조). 이는 연초 대비 7% 하락한 수치로 금 가격이 한 해 동안 70%, 은은 2배 이상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알트코인 시장도 마찬가지다. 8월 24일쯤 5000달러(약 730만 원)에 근접했던 이더리움 가격은 12월 말 3000달러(약 440만 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11%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하락세는 10월 10일 발생한 190억 달러(약 27조6800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물량 청산이 도화선이 됐다.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암호화폐 고래투자자들의 이탈도 감지됐다. 블룸버그는 11월 5일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아래로 추락한 이유를 초기 고래투자자들의 매도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들이 10월 한 달간 450억 달러(약 65조5000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 행보도 비슷하다. 블랙록, 캐피털인터내셔널, 뱅가드 등은 3분기 말 기준 스트래티지 지분을 각각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 넘게 매도했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보유에 따른 순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자본을 조달해온 기업이다.

시기적으로도 반감기가 지나면 고점 후 조정장이 오는 것과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감기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의미한다. 최근 반감기는 지난해 4월 20일로, 과거 3번의 반감기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올랐다가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 국면을 맞았다.

월가에서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진다. 2018년 암호화폐 폭락 사태를 예견한 피터 브랜트는 "비트코인은 5만8000달러(약 8400만 원)까지 밀릴 수 있다"며 "비트코인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는 2029년 3분기에나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전략가는 "비트코인이 최대 1만 달러 수준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이 다우지수가 9년 만에 약 10배 급등한 1929년 대공황 당시 주가 흐름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7만 달러가 저지선? "상반기까지 지켜봐야"

비트코인이 내년에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클래리티법(디지털 자산시장 명확성 법안)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의 수혜를 입으리라는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12월 1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2개월 후 비트코인의 기본 목표가를 14만3000달러, 강세장에는 18만9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12월 9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내년에 금을 능가할 것"이라며 "현재 기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발만 담근 수준이라 자금 유입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스트래티지는 가상자산 시장의 약세 속에서도 약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내년 전망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한 것에 대해 이번 주기에서 비트코인 정점이 12만 달러 선에서 끝났다는 위기감과 10월 청산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비트코인은 미국 증시와 연동돼 있어 유동성 정도에 따라 올해 고점으로 예측됐던 14만 달러 이상 상승할 여력이 있다"며 "내년 증시도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시장을 관망하면서 적은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강환국 작가는 "현재 통화량이 늘어날 기미가 없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7만 달러 선을 지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의식할 하반기에는 유동성 공급으로 비교적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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