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25]'말차코어'가 장악한 식품업계

김다이 2025. 12. 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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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소비 주축…글로벌 트렌드
음료 넘어 식품업계 전역으로 확산
/그래픽=비즈워치

건강한 초록색

올해 식음료업계에는 이른바 '초록색 물결'이 번지고 있다. 중심에는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한 '말차'가 있다. 말차는 이제 단순한 차 음료를 넘어 하나의 취향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소비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말차가 주목받기 시작한 출발점은 '건강'이었다. 말차는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낮아 부담이 적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런 특징 덕에 말차는 '건강한 음료'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사진=pexels

일본의 전통 건강 음료라는 배경도 말차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말차는 에스프레소 대신 라떼 베이스로 활용되며 '커피 대안재'로 빠르게 확산했다. 오후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 카페인에 따른 불안감을 덜 유발하는 음료라는 점이 웰니스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Z세대가 말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건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말차의 선명한 초록색은 인스타그래머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건강·힐링 이미지에 감각적인 색감과 라이프스타일 요소가 더해지며 '말차코어(matcha core)'라는 이름의 새로운 소비 문화도 탄생했다. 커피가 각성과 효율, 속도를 상징한다면 말차는 여유와 균형을 상징한다. 말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말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7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8.3% 성장해 2030년에는 74억달러(약 10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에 스며든 말차코어

전 세계 트렌드로 떠오른 말차코어는 유행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도 빠르게 안착했다. 차 문화보다 커피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말차는 '커피를 대체하는 음료'는 아니다. 대신 새로운 취향과 감각을 드러내는 '힙한 문화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카페 메뉴 구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말차 라떼는 기본이고 올해 딸기·초콜릿·크림 등을 결합한 변주형 메뉴가 잇따라 등장했다. 특히 에스프레소 대신 말차를 사용하는 '말차 라떼 베이스'는 커피 중심의 메뉴 공식을 흔들었다. 일부 카페는 말차 농도와 산지, 원물 함량을 강조하며 '진한 말차'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음료의 맛보다, 말차를 고르는 취향과 경험 자체를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투썸플레이스 말차 메뉴들/사진=투썸플레이스

실제로 스타벅스는 다양한 말차 음료를 판매 중이다. 지난 9월부터는 '말차 글레이즈드 라떼'와 '코코 말차'를 새롭게 선보였다. 올해 1~11월까지 '제주 말차 라떼'와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정도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말차 트렌드에 따라 올해 말차 라떼, 말차 크림 라떼, 딸기 말차 라떼 등을 출시했다. 이 중 '말차 크림 라떼'는 지난달 전체 음료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말차를 활용한 디저트도 인기다. 투썸플레이스의 '떠먹는 말차 아박'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30만개를 넘어섰다. 이젠 전국구 베이커리가 된 대전의 성심당은 최근 대표 디저트 중 하나인 '딸기시루'의 변주 제품으로 '말차시루'를 선보였다. 성심당 특유의 대형 케이크 콘셉트에 말차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직후부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증 사진과 후기가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

빽다방도 말차 트렌드에 올라탔다. 빽다방은 지난달 말차크림라떼, 말차크림 망고스무디, 말차 아이스크림 등 3종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들은 출시 1주일 만에 6만5000잔 판매됐다. 하루 평균 약 9300잔이 팔린 셈이다. 기존에 판매 중이던 말차라떼와 말차빽스치노의 판매량도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넣기만 하면 대박

말차는 식품업계 전반에서 '넣기만 하면 통하는 맛'으로 통한다. 올해 식품업계에서는 말차맛 제품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말차가 '검증된 흥행 카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연초에 불붙은 인기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말차는 과자·디저트·간편식·주류 등 전 카테고리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업계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자체 브랜드(PB) 말차라떼와 말차딸기라떼를 출시했다. 지난달 말차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운영 상품 수도 전년 대비 약 6.5배 늘었다. 지난 10월 출시한 말차하이볼은 2주 만에 20만캔 판매를 돌파했다. CU는 말차라떼 도넛과 말차 크림빵 등 말차 관련 상품만 50여 종을 선보였다. GS25는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한 말차 막걸리를 출시하며 주류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는 세븐셀렉트 말차라떼 2종/사진=세븐일레븐

식품업계 전통 강자들도 말차 트렌드에 합류했다. 농심은 스낵 브랜드 '빵부장'의 신제품으로 '빵부장 말차빵'을 선보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초코송이 말차케이크맛'이 완판되자 상시 판매 전환을 검토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말차 카페 '청수당'과 협업해 '빈츠·아몬드볼·빼빼로' 말차맛 제품을 선보였고, 한 달 만에 2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는 지난 10월 말차 붕어빵, 11월 말차 호떡을 출시했다. 말차 붕어빵은 출시 2개월 만에 13만개 이상 판매됐다. 

롯데웰푸드 말차맛 빙과 3종/사진=롯데웰푸드

말차 활용 범위는 디저트와 간식에 머물지 않고 식사 메뉴로 확대됐다. 분식 프랜차이즈 청년다방은 '말차 크림 떡볶이'를 출시했고, 피자몰은 뷔페 매장에서 '말차피자'를 한정 판매했다. 업계가 기존 주력 메뉴에까지 말차를 접목하고 있다는 점은 말차가 일정 수준의 수요와 재구매 가능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말차는 예전에도 있었던 맛이지만 최근에는 원물 품질과 가공 기술이 개선되면서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SNS를 통해 후기가 빠르게 확산되다 보니 신제품 반응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음료뿐 아니라 제과, 간편식, 주류까지 적용 범위가 넓은 만큼 말차를 활용한 제품 출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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