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시청률의 제왕’ 트럼프, 케네디센터 ‘명예상’ 시상식 사회 맡아 ‘역대 최저 시청률’
역대 수상자들 비판에 올해 수상자 선정 개입
이사장 셀프 취임 후 ‘트럼프-케네디센터’ 개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맡은 케네디센터의 ‘명예상’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역대 명예상 수상자들이 수상 소감에서 자신을 비판한 것에 불만을 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수상자 선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한편, “시청률의 제왕”인 자신이 직접 사회를 보겠다고 나선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시청률 전문 매체인 프로그래밍인사이더는 닐슨의 예비 데이터를 인용해 전날 CBS에서 방영된 명예상 시상식의 평균 시청자 수가 265만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참고로 지난해 평균 시청자 수는 410만명이었다.
케네디센터는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워싱턴의 대표 공연장이자 랜드마크다. 케네디센터가 1978년부터 수여하기 시작한 ‘명예상’은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인의 평생 공헌을 기리는 매우 영예로운 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녹화된 명예상 시상식이 23일 오전 방영되기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케네디센터 이사회와 모든 미국 국민의 요청에 따라 제가 시상식 사회를 봤는데, 한번 보고 평가해달라”며 “제 사회 실력이 정말 훌륭하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사회자로 전향하는 건 어떻겠냐”고 농담했다.
그러나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상식 사회를 본 것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자신을 ‘시청률의 제왕’이라 표현하며 직접 사회를 맡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오스카 시상식은 시청률이 형펀없다”며 “다들 트럼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만 이야기하는 데 아무도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명예상 수상자들이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역대 대통령들이 참석해 온 전통을 깨고 4년 내내 시상식에 불참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를 본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시상식 총괄 프로듀서가 사표를 내고 시상식 제작사인 돈+더스티드는 올해 시상식을 맡지 않기로 한 바 있다.
한편 시상식을 방영한 CBS는 화면 로고와 방송 내레이션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트럼프-케네디센터’가 아닌 ‘케네디센터’ 명예상이라고 불렀다. 방송 직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센터가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이라는 문구가 나오는 소개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백악관은 지난 18일 케네디센터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센터 명칭이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 일환으로 케네디센터 이사회를 친트럼프 인사로 교체하고 지난 2월 자신을 센터 이사장으로 ‘셀프’ 임명했다.
그러나 CBS 윤리위원회는 지난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케네디센터 이사회가 명칭 변경안을 통과시켰지만, 최종적인 공식 절차에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의회에서 안이 통과될 때까지) CBS는 앞으로도 ‘케네디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판한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 제작진의 해고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CBS는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의 압력에 따라 엘살바도르 ‘테러범 수용센터’(CECOT)로 추방당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의 학대 경험담이 담긴 보도물의 방영을 보류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캐나다 방송을 통해 유출돼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방송 유출이 제작진의 “반란”이라며 “반란에 가담한 사람들을 전원 해고하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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