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초보도 한다…“오늘은 내가 크리스마스 요리사”

박미향 기자 2025. 12. 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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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찢남 조광효의 요리 ⑦ 크리스마스 음식
추운 날 몸 녹이는 크림 스튜
손쉽게 만드는 닭다리 바비큐
성탄절 상차림으로 추억 선사
크리스마스에 쉽게 만들어 먹기 좋은 ‘염지 닭다리 장각 바비큐’.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저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며 어머니가 해주신 저녁을 먹은 기억만 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셨던 어머니는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여유가 없으셨죠. 제 아이가 태어난 뒤엔 생각을 좀 했어요. 아이에게 근사한 크리스마스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거든요. ‘뭘 해줘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한 선택이 제가 산타가 되는 것이었어요.

아이가 2살이 되었을 때부터 매년 산타 복장을 하고 아이를 만났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로 변신해 집에 들어갔습니다. 아이와 인사하고 선물을 건넨 뒤에 다시 나왔어요. 1~2시간 뒤에 다시 아빠가 되어 들어가면 아이가 재잘재잘 산타를 만난 이야기를 해줬어요.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행복했지요. 올해 7살인 아이는 지금도 산타가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이젠 조금 고민이 됩니다. 아이가 눈치를 챌 거 같아서요.

성탄절은 외국 명절인데 굳이 챙겨야 하나 등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저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아마도 산타로 변신한 아빠를 기억하겠죠. 제 사랑도 잊지 못할 겁니다. 이 사랑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쉽게 만들어 먹기 좋은 ‘크림 스튜’.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식당은 크리스마스가 대목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식당들에 가장 중요한 달이죠. 이달에 올린 수익으로 한해를 버티는 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12월 장사를 망치면 정말 속상합니다. 다행히 저는 지난해 출연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1 덕에 올해 감사한 일이 많았어요. 식당 영업도 순조로웠고 책도 출간했지요. 최근엔 ‘만찢남의 오타쿠 레시피’의 대만 출간이 확정되었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는 가족들과 함께할 크리스마스 음식을 만들 생각입니다. 독자님들도 제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음식 레시피를 참고해 오늘 가족 사랑을 빚어보시길 권합니다.

두가지를 준비했어요. 일본 만화책이나 요리 애니메이션을 많이 찾아봤는데요, ‘크림 스튜’란 게 있더라고요. 겨울이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랍니다. 추운 날 따스한 스튜만 한 게 없지요. 다른 하나는 염지 장각(긴 다리) 닭다리 요리예요. 만들기 쉬우면서도 크리스마스 장식 몇개만 더하면 근사한 성탄절 식탁이 됩니다. 닭다리를 소금 30g이 들어간 물에 반나절 재우는데요, 저는 보이차 끓인 물에 소금을 넣어 사용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거잖아요. 취향에 따라 물을 골라도 됩니다. 크리스마스엔 술도 한잔할 이가 많을 거 같아서 이번엔 위스키를 염지 물에 넣어봤어요. 이 두가지 음식은 조리하기 쉬워요. 전문 요리사가 아니어도, 요리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이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조광효 요리사가 ‘크림 스튜’를 만들고 있다.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조광효 요리사가 ‘크림 스튜’를 만들고 있다.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조광효 요리사가 ‘염지 닭다리 장각 바비큐’를 만들고 있다.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조광효 요리사가 ‘염지 닭다리 장각 바비큐’를 만들고 있다.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크리스마스에도 간편식이나 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이도 있겠지요. 최근에 지인이 라면 두개를 가져왔어요. 맛 평가를 해달라고요. 라면 요리를 많이 만든 제 경력이 그 친구에겐 중요한 잣대가 된 듯했어요. 첫번째 라면은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삼양 1963’입니다. 삼양식품에서 처음 선보이는 고급 미식 라면이라고 하더군요. 동물성 기름인 우지와 식물성 기름을 적정 비율로 섞어 면을 튀겼다고 합니다. 국물은 사골 육수라고 해요.

두번째 라면은 탄생 과정이 특이하더군요. ‘서해오면’은 해양수산부, 한국어촌어항공단과 미식 콘텐츠 기업 ‘먹고놀랩’의 ‘놀고먹기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컵라면입니다. 충남 대표 바지락 산지인 군헌어촌마을과의 협력을 통해 태어났다고 합니다. 컵라면 이름은 ‘서해의 5가지 맛’이 풍성하게 들어간 라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지역엔 신선한 식재료가 많지만 이를 잘 알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인구소멸 위기로 지방은 생존 불안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게 지역민의 숙원 사업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컵라면은 의미가 있어 보였어요.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가 외면하겠죠. ‘서해오면’은 바지락 분말 수프, 동결 건조된 바지락 2개가 통째로 들어갑니다.

최근 열풍을 일으킨 라면 ‘삼양 1963’.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살리기 차원에서 태어난 컵라면 ‘서해오면’.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삼양 1963’은 우지가 들어가서인지 라면 특유의 뾰족한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마파두부 같은 거 만들 때 우지를 많이 쓰는데, 우지 특유의 두꺼운 맛을 잘 구현한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서해오면’은 예상보다 근사했어요. 이걸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바지락 향과 맛이 강렬하게 풍겨서 좋았답니다. 여기에 청양고추 몇개만 썰어 넣으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식품회사가 만든 컵라면도 아닌데, 이런 맛이 난다는 게 놀라웠어요. 아이와 여행 가서 캔 조개를 여기에 넣어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쇼핑 등에서 판매한다고 합니다. 주문할 때마다 지역 살리기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 거 같아요.

한해를 마무리하는 달입니다. 사람마다 많은 일이 있었겠지요. 상처 입고 고통에 시달린 분도 계시겠지요. 아무리 힘든 일도 다 지나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초콜릿 박스’를 준비한다고 청년들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희망을 가슴에 담고 각자의 의지로 잘 꾸릴 수 있는 2026년이 곧 ‘도착’합니다.

성기령 기자 grgr@hani.co.kr
성기령 기자 grgr@hani.co.kr
크림 스튜

재료: 브로콜리 5개, 당근 1개, 감자 1개, 양송이버섯 3개, 닭다리 장각 2개, 우유 400㎖, 생크림 적당량, 치킨 스톡 분말, 후추 약간, 소금 약간, 밀가루 적당량, 식용유 약간

① 먹기 좋게 자른 닭다리에 밀가루를 묻힌 뒤 팬에 식용유를 둘러 노릇하게 굽는다. ② 닭이 잘 익으면 한입 크기로 손질한(브로콜리 제외) 채소를 함께 넣어 팬을 닦듯이 볶는다. ③ 우유와 치킨 스톡 분말 10g 넣고 뭉근하게 채소가 익도록 끓여준다. ④ ③의 감자가 다 익으면 브로콜리와 생크림, 후추를 넣는다. 조리가 끝날 때쯤 부족한 간은 소금을 추가해 마무리한다.

염지 닭다리 장각 바비큐

재료: 닭다리 장각 2개, 식용유 약간, 소금 30g, 위스키 조금

① 물 1ℓ에 소금 30g을 잘 녹여서 염지 물을 준비한다. 여기에 차나 위스키 100㎖를 함께 넣어 색다른 염지 용액을 만들어도 좋다. ② 닭을 ①의 용액에 최소 2시간이나 반나절 정도 담가둔다. ③ 닭을 꺼내 물기를 잘 닦아준 뒤 에어프라이어 160도에서 20분간 익힌다. 뒤집은 다음 180도에서 20분간 익혀 마무리한다.
정리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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