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란전담재판부 위헌심판 어려운 이유

백인성 2025. 12. 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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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됐습니다.

국회는 지난 23일 본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재석 179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습니다.

■ 내란전담재판부법 통과…주요 내용은

민주당이 추진한 이 법안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주된 내용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의 수, 판사의 요건 등 구성 기준을 마련하고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가 그 기준에 따라 사무를 분담(판사 배정)하여 판사회의에 보고하며 △판사회의가 이를 의결한 후 △해당 법원장이 그 의결에 따라 전담재판부 판사를 보임(보직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과거 본회의에서 수정되기 전 법안에선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사무처장, 각급법원판사회의가 추천한 위원들이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재판부 판사를 추천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곧바로 법무부 장관이 판사 후보자 추천에 관여하는 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여당은 이를 받아들여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수정을 통해 위헌 소지를 상당 부분 제거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수정안 가결로 전담재판부 구성의 전 과정이 외부 개입 없이 법원 내부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됐고, 사실상 모든 사항을 판사회의에 일임하는 방식이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만드는 기준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아직 회의 전이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무작위 배당을 전제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법관들을 후보군 풀로 확정한 뒤 무작위 추첨하는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판사회의에서 별도의 법원 내 자격심사위원회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요건이 마련될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다만 입법부가 법률로써 특정 사건의 재판부 구성 절차를 규정하고, 왜 내란 등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다른 사건과 다른 방식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느냐며 여전히 평등 원칙 위반 문제를 제기할 순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다른 법률에도 특정 범죄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규정이 존재하는데다, 내란죄 등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로 보아 허용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도 상당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8조
지방법원장 또는 고등법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를 지정하여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재판하게 하여야 한다.

■ 윤석열 전 대통령, 즉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법 통과 직후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예고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3일 윤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 여부를 가리는 법원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는 내란 사건을 특별히 전담해서 심판해 특별법원에 해당하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는 등 입법 독재의 헌법파괴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 사후적으로 사건을 특정해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를 배치한다고 해도, 아무리 눈속임해도 '사건 맞춤형 법관 배정'이 되는 것"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법은 독재국가를 향한 '나치 법안'이다. 이재명 정부는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 변호인단은 이후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런 '엄포'와는 달리 윤 전 대통령 측이 1심 재판 도중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면 1심 재판부가 '각하' 결정을 할 걸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절차는 이렇습니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다(제41조 제1항)는 건데요.

말이 조금 어렵죠? 여기서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란,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서 재판 중이어야 하고 △위헌 여부가 문제 되는 법률이 이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이어야 하며 △그 법률이 위헌이 나면 법원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상당수 법조인들은 내란 관련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의 경우 이러한 요건, 즉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부칙 조항 때문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법 제5조는 "서울중앙지법과 고법에 전담재판부를 두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심급에 한정하여 제5조제2항 및 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시행 당시 이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등)의 경우, 진행 중인 1심 재판에는 특례법의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전속관할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특례법은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고, 법원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했으니 본안 판단에 나아가지 않고 신청을 각하하게 될 거란 예상인 겁니다.


물론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하는 것이야 당사자 권리이기 때문에 1심 재판 계속 중 특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제청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할 수야 있겠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것이죠.

일각에서는 "특례법이 장래 항소심에서 적용될 것이 명백하므로 선제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재판과 무관하게 법령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에 필요한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 요건과 혼동한 주장으로, 재판의 전제성이 핵심인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이에 근거한 헌법소원의 요건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습니다.

■ 항소심 올라가면 즉시 위헌심판 제기할 듯

물론 1심 선고가 난 후 사건이 항소심으로 올라가게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1심 판결 선고 후 항소가 제기되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계속되는데, 2심인 항소심부터는 특례법이 적용돼 특례법에 근거해 설치·구성된 전담재판부에서 심리하게 됩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특례법이 재판에 직접 적용되므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이 경우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에 특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수 있고, 항소심 법원은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신청을 각하하지 않고 그 위헌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을 거쳐 제청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결국엔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론지을 전망입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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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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