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탄절 전야 아이들과 릴레이 통화… 알고 보면 동심 파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아이들과 통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대통령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산타 추적’ 전화에 응답하며 아이들과 통화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트럼프는 성탄절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는데 종종 익살스러운 답변을 남기며 분위기를 띄웠고, 자신의 정책과 관련된 뼈 있는 말들도 남겼다. 트럼프는 1기 때인 지난 2018년 7살 소녀와 통화하면서 “아직도 산타 존재를 믿니?”라고 물어 ‘동심(童心) 파괴자’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트럼프는 이날 약 20분 동안 언론에 공개된 통화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로 예쁜 선물을 줄 것”이라며 “무얼 받고 싶냐”고 물었다. 여기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다양했는데, 한 아이가 “인형의 집(doll house)을 갖고 싶다”고 말하자 “어머님, 우리 잘 해결할 수 있겠죠? 산타 할아버지가 제일 예쁜 인형의 집을 가져다줄 거에요”라고 했다. 또 다른 아이가 “옷과 사탕”이라고 답하자 “얼마나 사탕을 많이 먹니? 원하는 대로 먹고 대신 건강해야 한다”고 했다. 한 아이가 성탄절 선물로 아마존에서 개발한 전자책인 ‘킨들(kindle)’ 리더기를 갖고 싶다고 하자 “아마도 너는 매우 똑똑할 것 같다”며 “이 나라는 지능지수(IQ)가 높은 사람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언론의 이목이 쏠린 이날 행사를 그냥 치른 것은 아니다. 한 아이가 선물로 “나는 석탄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자 “미안하지만 석탄은 깨끗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 개발에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이고, 석탄 등 화석 연료 개발을 활성화해 미국이 ‘에너지 패권 국가’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보수 우위인 오클라호마주(州) 출신 아이와 첫 통화를 하면서는 “선거 기간 나에게 매우 잘해준(좋은 성적을 거둔) 주”라며 “절대 그곳을 떠나지 말라”고 했다. 역시 펜실베이니아의 5세 아이와 통화하면서도 “우리는 거기서 3번이나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미 대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주요 경합주 중 하나다.

북미 영공을 방위하는 미국·캐나다의 공동 군사 조직인 NORAD는 1955년부터 산타클로스 위치 추적 이벤트를 이어오고 있는데, ‘산타에 추적기가 달린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산타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그가 우리나라에 침투하지는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침투(infiltrate)’는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를 겨냥해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배우자 자랑도 빼놓지 않았는데 “너는 지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더 대단한 건 여기 대통령보다도 더 뛰어난 영부인도 있다”고 말해 옆에 앉아 있던 멜라니아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하루 종일 이걸 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문제 등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트럼프 부부는 이후 해외 주둔 미군들과도 통화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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