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혐오 규제’ 주도한 EU 전 집행위원 등 5명 입국금지

김원철 기자 2025. 12. 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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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 및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캠페인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의 전 고위직 등 5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각) 티에리 브르통 전 유럽연합 내수담당 집행위원과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총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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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연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 및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캠페인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의 전 고위직 등 5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유럽연합은 동맹 간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간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각) 티에리 브르통 전 유럽연합 내수담당 집행위원과 비영리단체 관계자 등 총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 명단에 올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유럽의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미국의 관점을 처벌하도록 미국 플랫폼들을 강요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조직적인 노력을 주도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지독한 역외 검열 행위를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검열 산업 복합체의 주요 인물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처를 할 것이다. 다른 이들이 그 경로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이 명단을 확대할 것이다”고 밝혔다.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미국인의 발언을 검열하도록 선동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브르통 전 집행위원은 2022년 유럽연합이 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외 독일의 온라인 혐오 피해자 지원단체 ‘헤이트에이드’를 이끄는 안나레나 폰 호덴베르크와 조세핀 발롱, 영국의 가짜뉴스 감시기관 지디아이(GDI) 설립자 클레어 멜퍼드, 디지털혐오대책센터(CCDH)의 최고경영자 임란 아메드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디지털서비스법은 소셜미디어 엑스와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온라인상의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 허위 정보 등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을 근거로 유럽연합은 이달 초 광고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엑스에 1억2000만유로(약 209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고 해명을 요구했다면서 “필요한 경우 부당한 조치에 맞서 우리의 규제 자율성을 방어하기 위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르통 전 집행위원은 엑스에 “디지털서비스법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기구인 유럽의회의 90%와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라며 “매카시의 마녀사냥이 돌아온 것이냐”고 적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표현의 자유는 유럽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이번 조치를 “유럽의 디지털 주권을 훼손하려는 위협이자 강요”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에 “동맹과 파트너, 친구 사이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연합은 표현의 자유, 공정한 디지털 규칙, 규제 주권 수호에 꿋꿋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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