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누리면 될 뿐… 황혼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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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립(崔岦)은 화가 이정(李楨)에게 가을 풍경을 그리게 하며, '왜 아름다운 광경은 모두 저물녘에 모여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그는 "석양이 한없이 좋지만, 다만 황혼이 가깝구나(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란 시구를 떠올리며, 석양빛 물드는 황혼의 정경이 즐거우면서도 서글픈 느낌을 자아낸다고 적었다('散畫識'). 당나라 이상은의 이 시구('樂遊')는 조선 시인 권필(權韠·1569∼1612)에 의해 다음과 같이 재해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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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립(崔岦)은 화가 이정(李楨)에게 가을 풍경을 그리게 하며, ‘왜 아름다운 광경은 모두 저물녘에 모여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그는 “석양이 한없이 좋지만, 다만 황혼이 가깝구나(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란 시구를 떠올리며, 석양빛 물드는 황혼의 정경이 즐거우면서도 서글픈 느낌을 자아낸다고 적었다(‘散畫識’). 당나라 이상은의 이 시구(‘樂遊’)는 조선 시인 권필(權韠·1569∼1612)에 의해 다음과 같이 재해석되기도 했다.


시인이 이 시를 쓴 배경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원시와 달리 황혼을 걱정하기보다 석양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현대 일부 학자들은 이상은의 시구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탄식이 아니라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한 감탄으로 해석하는데(120회 참조), 이 시의 의식과도 잇닿아 있다. 영화 또한 원작의 격정적 자기 연민과 달리 담담하게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태도를 부각시킨다.
올해도 어느새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시에서 황혼은 노년만이 아니라 한 해가 저물어가는 걸 나타내기도 한다. 시와 영화처럼,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아쉬워하기보다 남은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가야 할 때가 아닐까.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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