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에 비무장지대 설치 美와 논의”
러시아서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을 동결하고 비무장지대(DMZ) 설치 협상을 개시한다는 종전안을 미국과 논의했다고 24일 밝혔다. ‘한반도식 비무장 완충지대’가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해법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이 담긴 종전안 수정안이 미국을 통해 러시아에 전달됐다며 “미국 측이 러시아와 협의한 후 러시아의 답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는 우리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에서 철수하기를 원하고, 미국은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 중인 상황”이라며 “미국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형태인 비무장지대나 자유경제구역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을 비무장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하고, 도네츠크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이달 중순부터 ‘러시아가 물러난다면 우리도 물러나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철수가 반드시 러시아의 상응하는 조치와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무장 지대 설정은 우크라이나의 국민투표를 통과해 국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대 쟁점인 영토 문제에서 일부 양보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가 공개한 20개 조 수정안엔 미국·나토·유럽이 우크라이나 침공 시 자동 개입하는 ‘나토 조약 5조식’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포함, ▲상비군 80만명 유지 ▲유럽연합(EU) 가입 등의 조항이 명시됐다. 원안의 60만명 조항은 80만명으로 상향됐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거나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주둔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도네츠크의 까다로운 영토 분쟁을 해결하려는 시도 중 가장 타결에 가깝다”고, 프랑스 르몽드는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수정안을 두고 “상당한 진전이고, 양측이 수정안의 대부분 요소에 합의에 도달했지만 영토 문제와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 운영 방안을 두고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은 자포리자 원전을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국이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갖고 공동 운영하는 체제를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자국이 50대50 지분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하지 못했다. 젤렌스키는 ‘3자 운영’ 방안에 “우크라이나로서는 매우 부적절하고 완전히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으로 들린다”고 했다.
러시아가 요구했던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선거를 두고서는 협정이 체결된 뒤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 행위 중단 뒤 100일 이내 선거 실시라는 이전 종전안 조건보다 완화됐다.
러시아가 이 수정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의 전쟁 목표가 ‘도네츠크 완전 장악’인 데다 자포리자 원전 운영권을 우크라이나에 양보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젤렌스키는 “수정안은 대체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공동 입장을 반영한다”며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에 모든 가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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