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블루스… 친밀한 몇몇과 깊은 대화가 중요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새해 맞이 인사와 해피 뉴이어 안부가 오고 가는 연말연시.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 날들에 마음이 더 가라앉는 사람들이 있다. 연말이 오면 괜히 외롭고, 이유 없이 우울하며, 스스로가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감정, 이를 심리학 용어로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고 부른다.
이는 시기와 상관없이 우울한 감정이 길게 가는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특정 휴일 기간에 나타나는 단기적인 슬픔, 외로움, 스트레스 상태를 말한다.

그럼 왜 연말연시에 우울감이 커질까. 이 시기에는 낮이 유난히 짧아지고, 야외 활동이 줄어든다. 자연스레 햇볕을 덜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행복감을 유도하는 세로토닌 생산과 분비가 감소하고, 피곤하거나 무기력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연말연시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방 등 소셜미디어(SNS) 사용량이 늘어난다. 여기에 가족이 모인 사진, 연인과의 여행, 연말 파티 등이 수시로 올라온다. 그 콘텐츠들이 ‘최고 장면’의 편집이거나 시각적으로 증폭된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왜 아무것도 안 하지…”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홀리데이 블루스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실제 SNS 사용 시간이 길수록 우울감, 외로움이 커지고,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다.
특히 최근에 이별·사별·퇴직·실직 등을 경험한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처한 경우, 과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병력이 있는 경우, 인적 관계가 적은 고령자나 독거 생활자 등이 홀리데이 블루스에 취약하다.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저하가 겨울철 일조량 감소와 겹치면서 연말연시 우울감은 커진다.
홀리데이 블루스를 피하려면 자신만의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우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즐거워야 한다’는 압박이 되레 우울감을 키운다는 것이다. 관계와 성취를 돌아보는 시즌에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비교를 멈출 수 없다면 노출을 줄이자. SNS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연말에 계정을 잠시 접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디지털 거리두기’는 우울 점수를 낮춘다.
연말 우울을 달래기 위해 술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알코올은 가장 흔한 ‘가짜 위로’다. 처음에는 긴장이 풀리는 듯하지만, 이후에는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무너뜨려 되레 우울과 불안을 더 키운다. 연말일수록 음주 대신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대중 속 빈곤’보다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홀리데이 블루스를 줄이는 좋은 전략이다. 형식적인 안부, 얕은 대화, 겉치레 비교와 평가가 섞인 자리보다는 몇몇 가족이나 지인과 친밀감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울감 보호 효과가 크다.
햇빛과 수면은 ‘기본 처방’이다. 오전과 낮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햇볕을 쬐고, 잠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런 단순한 습관이 우울 감정에 든든한 저지선이 된다.
홀리데이 블루스가 우울장애로 넘어가지 않으려면, 우울감이 연말연시가 지나도 오래 지속되거나, 잠과 일상생활 패턴이 무너지거나, 삶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혼자 견딜 생각을 하지 말고 정신·심리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연말은 무엇을 더 이뤘는지를 따지는 시간이 아니다. 한 해를 여기까지 버텨온 자신에게 ‘쉼표’ 하나를 찍는 시간으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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