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43] 불을 다스린 따뜻한 유산

따끈한 아랫목이 그리운 시절이다. 온돌에 누워 뜨끈하게 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기억 저편 절절 끓는 온돌방엔 열기 품은 이불이 도톰하게 깔려 있다. 이불을 살짝 걷으면 장판에는 온돌의 열기에 그을린 흔적이 보인다. 말 그대로 등 따신 자리였다. 그 따스함은 선조의 지혜이자 과학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온돌은 2000년 넘게 우리 민족의 문화로 계승됐다. 당나라 정사 ‘구당서’에는 고구려 풍속으로 “겨울철이면 구덩이를 길게 파서 숯불을 지펴 방을 덥힌다”고 했다. 서양인은 온돌에 누운 조선인을 보며 “오븐의 빵처럼 구워지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구들장이 뜨거우면 말도 드러눕는다는 속담이 있다.
온돌은 단순하면서 과학적이다. 불 때는 아궁이, 구들장을 달구며 불길이 지나는 고래,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으로 구성돼 있다. 불 지피는 아궁이는 불을 들이는 곳이다. 온돌의 입구이자 불이 들어가는 곳이니 화구(火口)라 했다. 일반 집에서는 아궁이에 가까운 곳인 아랫목을 상석으로 여겼고 먼 곳은 윗목으로 불렀다.
온돌은 쓰임에 따라 구조를 달리했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은 면벽 수행하는 스님을 위해 네 모퉁이를 높게 잡은 아(亞)자형 온돌방이다. 아자방 아궁이는 지게를 지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다. 추위를 견디며 수행하는 스님들을 위해 불을 때면 석 달 열흘 동안 온기를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경복궁 향원정 온돌은 도넛 형태로 가장자리에만 난방이 된다.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풍경 즐기기 좋았을 듯하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그 온기를 나눈 풍습도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아득해졌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란 광고로 풍습의 변화를 실감했다.
이제 온돌도 추억이 됐지만 겨울 추위와 습기를 막던 온돌 문화는 불을 다루는 선조의 기술로 이어진 우리의 따스한 유산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마음에 온돌을 들이며 주변에 온기를 나눠야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환경공무관과 길 청소하고 요양시설, 쪽방촌 찾은 金총리
- ‘서해 피살 은폐’ 서욱·박지원·서훈 무죄... “고인 명복을 빈다”
- ‘尹 내란 재판’ 맡은 지귀연 재판장, 與에 수시로 압박 받아
- 삼천리, ‘지도표 성경김’ 성경식품 1195억원에 인수… “생활문화 강화”
- 크리스마스 연휴 또 정전된 실리콘밸리...노후 전력망에 AI까지 부담 가중
- 민주당 ‘통일교 특검법’ 발의... 국힘 겨냥 신천지 의혹 넣어
- 병오년 새해 음식 한상차림 준비하세요...26~28일 주말 특가
- 대통령실, 정보통신망법 거부권 요구 일축…“국회 입법과정 존중”
- SK하이닉스 투자경고 해제된다…거래소, 대형주 제외 규정 신설
- 호텔롯데,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지분 투자...“시니어 사업 시너지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