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관세 판결 앞두고 월가에 '관세 환급권' 거래 성행
"채권 현금화 원하는 기업과 유동성 제공 투자자간 구조화"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를 뒤집는 판결을 내릴 경우 정부로부터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파는 비공식 시장이 월가에서 만들어졌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환급 권리를 헤지펀드 등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위험분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상호관세 조치가 대법원에 올라간 이후 헤지펀드 등 일부 투자자들과 관세를 납부한 업체들 사이에서 관세 환급 권리를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거래에 따르면, 수입시 관세를 납부한 미국 기업은 관세 환급 청구권리를 사는 투자자로부터 환급금의 일부를 선불로 받는다. 관세가 철회될 경우 투자자가 나머지 환급금을 양도받는다. 반대로 관세가 유지될 경우에도 기업은 투자사로부터 받은 선불금은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사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한다.
이 같은 거래는 월가의 일부 투자자들이 관세 부과가 대법원으로부터 취소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어떤 종류의 현금 흐름이든 탁월하게 활용하는 월가의 솜씨도 보여준다.
미국에는 소송 합의금이나 복권 당첨금과 같은 미래의 지급금을 매매하는 유사한 시장도 존재한다. 싱어송라이터였던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의 현금 흐름을 토대로 ‘보위 채권’을 발행해 판매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뒤집힐 경우 1천억달러 이상의 환급금 발생으로 ‘경제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미국의 완구업체 키즈2는 최근 한 헤지펀드에 9월까지 납부한 관세 1,500만달러의 청구권을 넘겨주고 200만달러를 선불금으로 받았다. 받은 금액의 내역은 국제 비상 경제 권한법에 따라 납부한 관세의 23센트와 펜타닐 밀수를 막기 위한 별도의 관세 납부액중 9%이다. 펜타닐 관세의 경우 유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율이 낮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마크 민트먼은 지난 9월 뉴욕에서 뱅커들과의 회의에서 잠재적 환불금을 거래하는 시장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프리스의 한 부서와 협력해 보스턴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인 관세 환불금 매수자를 찾았다.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매수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헤지펀드 측에서 11월 초에 예정된 대법원 구두 변론 전에 거래가 완료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 후 이 회사는 관세가 위헌으로 판결될 가능성을 법률 고문 및 폴리마켓 등에서 확인한 후 해당 헤지펀드와 계약했다.
키즈2는 중국에서 장난감과 유아용품의 95%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팬데믹 기간동안 해고가 없던 기업에 보상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기납부 세액을 전액 환급받는데 2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뒤집힐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 당장 받은 금액의 가치를 고려하면 괜찮은 거래라 생각한다”는 시각이다.
이른바 '특수 상황' 거래로 알려진 이같은 거래는 대법원이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할 경우 선불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수익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
오릭 로펌의 구조조정팀 파트너인 라니에로 다베르사는 “채권을 언제 현금화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당사자가 있고, 이들에게 즉각적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구매자들이 있어 매우 잘 구조화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4월 관세가 시행된 직후부터 환급 청구 수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팀의 고문 변호사인 에이미 파사크레타는 현재 펜타닐 관세 환급 청구는 16~17%, 상호관세 환급 청구권은 26~28%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은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합헌이라고 판결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10%, 20%라도 받는게 낫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관세 환급 청구권을 매각할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진공청소기 제조업체 비셀의 CEO인 마크 비셀은 환급 청구권 매각 제안을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치 심야 TV 광고에서 생명보험금 수령 권리를 매입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정부가 어떻게든 세금을 계속 징수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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