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근 암 발병 위험, 고령 여성일수록 커

김경학 기자 2025. 12. 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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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근접성과 암 발생률 연구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할수록 암이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는 미국 현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55세 이상인 중·노년층의 경우 암 발생률 증가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특히 원전 인근 2㎞에 사는 65세 이상 여성은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미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야잔 알와디 연구진이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원전 주거 근접성과 암 발생률 간의 관계’ 논문을 보면 원전 가까이 살수록 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매사추세츠주에는 원전이 2곳(현재 폐쇄) 있었고, 연구진은 인접 주까지 포함한 7개 원전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이 2000~2018년 매사추세츠주 우편번호 단위로 암 발생 자료와 원전 위치 자료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원전으로부터 약 2㎞ 인근에 거주하는 75세 이상 여성의 전체 암 상대위험도(RR·Relative Risk)는 2.53배에 달했다. 상대위험도는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이 그 요인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질병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더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65세 이상 여성 갑상선암 6.78배
미 연구진 “정책 판단 때 고려를”

원전 인근 2㎞에 사는 65~74세 여성은 상대위험도가 2배, 55~64세 여성은 1.52배였다. 45~54세 여성은 1.07배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남성 역시 원전 인근 2㎞에 사는 경우 55세 이상부터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다만 남성의 경우 연령이 낮을수록 상대위험도가 높았다. 75세 이상은 1.63배, 65~74세가 1.75배였고, 55~64세에선 1.97배까지 상승했다.

55세 이상이라면 원전에서 5㎞ 인근에 살아도 상대위험도가 높았다. 여성은 1.18~1.49배로 나타났고, 남성은 1.22~1.31배로 조사됐다. 상대위험도는 원전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졌는데 원전에서 25㎞ 이상 떨어져 있다면 55세 이상이어도 사실상 영향은 미미했다.

암종별로 보면 폐암·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백혈병·갑상선암 등 방사선에 예민한 암종 위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갑상선암 위험은 6.78배로 가장 컸다.

연구진은 “정책적 판단에서 전력 수요, 탈탄소 효과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주민 건강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원전 반경 25~30㎞ 내 지역에 대한 감시 강화와 방사선 실측 기반 노출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원전 인근 지역의 갑상선암 발생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는 만큼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의 원전 안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보건 분야 석학인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편번호 단위의 작은 구역으로 나눠 19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선량이 아무리 낮더라도 실제 주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단 것은 원전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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