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닫히자, 제주는 열렸다”… 관광이 아니라 ‘지도가’ 바뀌고 있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2. 24. 18: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일령’이 만든 이동, 판이 흔들린다
2026년을 앞둔 제주… 이제 ‘남기는 관광’으로
일본행이 막히자, 항공과 크루즈의 방향이 제주로 이동하고 있다. ‘한일령’ 이후 바뀐 관광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관광이 늘어난 게 아닙니다.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이 막히자 수요는 멈추지 않았고, 경로만 틀었습니다. 그 화살표가 지금 제주를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일령(限日令)’, 무비자 입국 재개, 중·일 외교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면서 일본행 관광 수요가 빠르게 이탈했고, 그 일부가 제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항공편이 늘고, 크루즈 기항지가 바뀌고, 단체 관광 상품의 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호재가 아니라 진행형 테스트입니다.

2025년 연말의 제주는 지금, 관광이 늘었는지가 아니라 이 흐름을 구조로 바꿀 수 있느냐를 시험받고 있습니다.


■ 한일령은 ‘정치’였고, 이동은 ‘경제’

한일령은 외교 조치였지만, 그 효과는 시장에서 즉각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줄이고 제주·한국 노선을 늘리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좌석과 수요의 계산입니다.

24일 국적사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동절기 관광수요 감소로 줄었던 제주~중국 노선은 25일부터 내년 1월까지 주 16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하이 주 1회, 베이징 주 4회, 난징 주 3회, 홍콩 주 2회, 광저우 주 2회, 우시 주 4회 등 주요 도시에서 증편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내년 1월에는 장춘과 마카오 노선도 전세기로 주 2회씩 재개될 예정입니다.


동절기 기준 제주~중국 노선은 13개 도시 주 125편으로 확대돼 지난 동절기(10개 도시 주 103편)보다 주 22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 대형 여행사 한 관계자는 “항공 노선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시장이 이 변화를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 전환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일본이 닫힌 자리를 제주가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 제주 기점 항공·크루즈, 2026년을 향해 더 움직일 가능성

업계는 이 같은 노선 증편이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고 봅니다. 항공 노선 확대는 통상 최소 2~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현재 반영되는 동절기 증편보다 2026년 하계 스케줄에 중국발·중국행 제주 노선 확대가 더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적사 한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들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는 일본 노선에서 빠진 기재와 좌석이 제주를 포함한 한국 노선으로 체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뱃길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기항을 제외하고 제주 기항 일수를 늘리거나, 제주·부산 중심으로 재편한 크루즈 상품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 크루즈 상품 기획 담당자는 “일본이 빠진 자리를 제주가 채우면서, 단기 경유형이 아니라 체류형 일정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통계가 말하는 진짜 변화, “비슷한 규모, 내용이 바뀌었다”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2022년 1,388만 명, 2023년 1,337만 명, 2024년 1,376만 명에 이어 올해도 1,3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23일 기준 올해 누적 관광객은 1,352만 명으로 전년 대비 0.24%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그 구성은 달라졌습니다.
내국인은 2.5% 줄었고, 외국인은 17.5% 늘었습니다. 관광객 수는 비슷한데, 관광의 성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광 분야 한 전문가는 “관광객 수 회복이나 증가는 시작일 뿐”이라며 “머무는 시간과 소비의 깊이를 더하지 못하면 결국 지역 경제에 남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여행업계 “지금은 받는 게 아니라 바꿔야 할 때”

이 같은 변화를 바라보는 여행업계의 시각은 냉정합니다. “사람은 늘었지만, 지역에 남는 것은 아직 크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지역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들어오는 수요는 일본 대신 온 대체 수요인 만큼, 이를 체류형·분산형 소비로 바꾸지 못하면 일본이 다시 열릴 때 그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체 관광, 짧은 체류, 특정 상권 쏠림 구조를 그대로 두고 ‘들어오는 대로 받자’는 식이면 지역은 더 피로해질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2026년을 향한 선택, ‘유입 경쟁’이 아니라 ‘전환 경쟁’


이제 질문은 분명해집니다. 더 많은 관광객을 부르는 전략이 아니라, 이미 온 관광객을 어떻게 지역과 연결하느냐는 전략입니다.
교통 분산, 체류 콘텐츠, 지역 상권 연계, 환경 수용 관리, 고부가 소비 구조 설계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이번 이동 역시 또 하나의 소모에 그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오고 있습니다. 항공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다의 길도 바뀌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지역의 선택입니다.

이 이동을 지나가는 파도로 둘 것인지, 아니면 2026년을 여는 방향으로 고정할 것인지.

2025년의 제주는 관광객이 많았던 곳이 아니라, 관광의 성격을 바꾼 곳으로 남을 수도 있고 스쳐 가는 경유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은 지금 이 순간의 정책과 산업, 그리고 지역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