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마리아 레스토랑 차경 오너셰프 “매달 마지막 일요일,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장 보러 오세요”
아일랜드 유학 통해 로컬 마켓 접해
한국 발효 음식 알리는 책 출간 계획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업을 받는 거라고 따돌리다,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반긴다.” 연말에 흐뭇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히말라야산맥에서 우연히 만난 야생곰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부탄 여성이 있었다. 아들은 지켜냈지만, 코가 날아가고 턱뼈가 조각나며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현지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부탄에 일하러 갔던 부산의 한 셰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용감한 엄마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친구로 지내던 세계 유명 셰프들을 불러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한 디너(부산일보 2019년 9월 19일 자 보도)를 벌인 것이다.
‘곰 엄마’로 불린 여성은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받은 수술로 원래의 얼굴을 되찾았다. 사람들이 그를 신기하게 쳐다볼 때면 “너희들 한국 가봤어? 나는 한국에 두 번이나 갔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단다. 부산 해운대 레스토랑 차경(借景)의 조마리아 오너셰프가 ‘곰 엄마’ 얼굴 돌려주기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조 셰프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맛보고 고른 발효식품 업체들을 모아서 장터를 연다는 새 소식을 알렸다.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 차경에서 열리는 ‘달달장’이다. 달마다 달맞이언덕에서 열리는 장이어서 ‘달달장’이다. 매달 하루 영업을 쉬면서까지 마켓 기획자로 나선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일찌감치 아일랜드로 유학하러 갔다. 마침, 거기서 사귄 친구의 어머니가 국제슬로푸드 아일랜드 협회 초대 회장이었다. 친구 어머니는 어느날 공터에서 겨우 판매자 2명으로 마켓을 시작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만에 아일랜드로 돌아오니 그곳은 유명한 파머스 마켓이 되어 식당들이 밀집해 있었다. 조 셰프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테스코 같은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에 마켓에서 빵, 치즈, 고기 등을 산다. 거기서 배운 게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조 셰프는 ‘부산 발효 배양실’이라는 이름으로 차경에서 발효 공부도 같이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발효 공부에 빠져든 이유가 있었다. 해외 유명 셰프들은 일본의 발효가 최고인 줄로만 알고, 한국의 발효가 더 깊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니 간장 같은 소스도 일본 제품만 많이 찾는다. 그는 “수산물이 모이고 유통되는 도시 부산은 또한 ‘발효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영어로 된 한국 발효에 관한 책이 없어, 한국에 좋은 발효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외국에 알리기 위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에 열리는 올해 두 번째 달달장에서는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비건 빵집), 아라진초(기장 다시마 식초), 덕화명란, 차경, 홈비스트로(비건 비스트로), 황연정의 초록식탁, 약사샘 양조장(울산), 소두방양조장(기장),회화나무술도가(사하구), 살롱레플라타네(아로마허브) 등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