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화 과정서 탄소 제거 … 기후테크로 EU 탄소세 뚫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최대 수출 상대 EU
내년 철강·가전 등 탄소세 발효
철강 1000t 수출때 3억원 내야
배출량 감소 팔걷은 이스라엘
기후 스타트업 육성에 총력전
수소 에너지 설비 전환도 속도

이스라엘 북부 마아간 미하엘에 위치한 해수 담수화 시설. 이스라엘 스타트업 카본블루는 이곳 담수화 과정에서 해수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산칼슘, 즉 석회석으로 바꾸고 있었다. 연간 제거되는 이산화탄소는 최대 400t에 달한다.
노가 프리드먼비숍 카본블루 부사장은 "카본블루는 이미 가동 중인 담수화 시설의 효율을 높이면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담수화는 생존의 문제다. 생활용수의 70% 이상이 담수 과정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카본블루 사례처럼 기존 담수화 기술에 탄소 포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핵심 원인이다. EU는 역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한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 상대다. 이스라엘 전체 교역의 약 3분의 1이 EU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탄소 규제가 곧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스라엘 정부도 이를 환경 문제가 아닌 산업·무역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아담 샬림체크 이스라엘 환경보호부 국제협력국장은 "유럽의 정책과 규제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BAM은 관세처럼 보이지만 계산식으로 작동한다. 수입 물량에 제품당 탄소 배출량을 곱하고, 여기에 EU 배출권거래제(ETS)에서 형성된 탄소 가격을 적용한다. 배출량이 많을수록 부담도 커진다. 예컨대 철강 1000t을 EU로 수출하고 t당 배출량이 2.1t이라면 총 2100t의 이산화탄소가 계산된다. EU ETS 가격이 최근 들어 t당 85유로인 것을 감안하면 17만8500유로(약 3억660만원) 상당의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할 수 있다.
배출량을 줄이면 부담은 즉각 낮아진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수록 비용도 함께 감소한다. 탄소 감축 기술이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산업계는 대응 시점을 미룰 수 없게 됐다.
기계, 화학, 산업 부품 등 이스라엘의 주력 수출 품목 대부분은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에 속한다. CBAM이 본격 시행되면 감축 기술이 없는 기업은 원가 구조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샬림체크 국장은 "이스라엘은 유럽과 비교하면 여전히 환경 정책에서 격차가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기후테크 기술 개발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탄소를 줄이는 기술'과 함께 '아예 탄소가 필요 없는 기술'을 키우고 있다. 스타트업 H2프로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독자적 전기 분해 기술(E-TAC)을 개발했다. 화석 연료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철강·화학처럼 에너지 사용이 많은 산업에서 연료를 수소로 전환할 경우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자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H2프로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캐피털 브레이크스루에너지가 투자하면서 주목받았다. 로템 아라드 H2프로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한데 기존 수소 설비는 이런 전기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버려지던 재생에너지를 탄소 없는 연료로 바꾸는 것이 기후 대응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농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네게브 사막의 요세프팜은 담수화수와 정밀 관개를 결합해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토양 관리와 작물 운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억제한다. 기후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산업과 농업 현장으로 내려온 사례다.
CBAM의 영향권은 이스라엘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역시 전체 무역에서 EU 비중이 10% 안팎이라 영향권 안에 있다.
EU 탄소국경조정제(CBAM)
유럽연합(EU)으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비관세 장벽으로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마아간 미하엘(이스라엘)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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