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株 수익 1천만원으로 삼성전자 사면 … 양도세 165만원→0원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5. 12.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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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달러 유턴 세제지원안
해외투자 양도세 감면 기준
매도 시점 따라 50~100%
서학개미 환헤지 상품 가입땐
최대 500만원까지 추가공제
기업 해외유보금 국내 송금
추가과세 '5%' 완전히 없애

◆ 원화값 방어 총력전 ◆

달러당 원화값이 1480원대까지 떨어지자 정부가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는 개인투자자인 이른바 '서학개미'에 대한 세제 혜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은 크게 △'국내 시장 복귀 계좌(RIA)'에 대한 세제 지원 신설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 및 환헤지 시 양도소득세 공제 신설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RIA와 환헤지는 서학개미용 대책이다. RIA는 새로운 상품이다. 이번 대책 발표에 호응하는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RIA를 출시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RIA는 서학개미가 해외 주식을 매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각대금 대부분을 국내 주식에 장기로 투자할 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 애플 등 미국 주식을 새로 산 서학개미들은 RIA 가입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난 23일까지 해외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만 대상이다. 이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을 내년까지 팔고 원화로 환전한 후 매각대금 대부분을 국내 주식 매수에 사용하고, 1년 이상 장기 보유하면 정부는 해외 주식 양도세를 50~100%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보유 잔액은 1611억달러에 달한다.

양도세 감면 차등은 국내 복귀 시점, 즉 국내 주식 매수 시점에 따라 결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국내 주식을 매수하면 해외 주식 매매차익 전부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내년 2분기에 복귀하면 80%, 하반기에 복귀하면 50%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3일까지 애플 주식 3000만원어치를 보유한 서학개미가 내년 1분기에 매도해 매매차익이 1000만원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현행 제도에서는 250만원을 공제한 후 750만원에 대해 22% 양도세가 부과된다. 이 서학개미는 2027년 5월에 양도세 16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RIA에 3000만원을 예치한 후 전부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1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165만원은 내지 않아도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주식 양도세 세수는 2조7000억원이었다"며 "세수 감소가 얼마나 될지 추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해외 주식을 5000만원어치 팔고 원화로 환전은 했지만 국내 주식 1만원어치만 매수하는 경우도 세제 혜택을 줄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사실상 해외 주식 매각대금 대부분을 국내 주식 매수에 사용해야 세제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상품·전산 개발에 들어간 증권사들이 빨리 RIA를 출시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갑작스럽게 나와 이제 막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며 "상품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감면 한도도 정해야 한다. 정부는 5000만원까지만 혜택을 줄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RIA로 해외 주식을 먼저 옮기게 되는데, 이때 원화로 5000만원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규모가 큰 서학개미들이 국내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23일까지 해외 주식을 보유한 서학개미들이 환헤지에 나서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준다. 물론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환헤지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서학개미들이 선물환 매도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최대 500만원까지 해외 주식 양도세 추가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본공제 250만원이 있기 때문에 굳이 국내 복귀를 하지 않고 환헤지 상품에만 가입해도 해외 주식 매매차익이 연간 750만원이 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해외 자회사 계좌에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기업에도 인센티브를 준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보유한 유보금은 최소 1144억달러로 추정된다. 매달 한은이 발표하는 국제수지표상 자회사 이익유보금 순증감을 나타내는 재투자수익수입을 1980년부터 합산했다.

해외 자회사 유보금을 국내로 송금하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자회사 소재국에서 이미 세금을 냈는데, 국내로 송금하면 본사는 국내 이익금과 합쳐 법인세 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022년 세법을 바꿔 2023년부터 95%의 해외 자회사 익금불산입률을 적용 중이다. 이번에 정부는 익금불산입률을 100%로 상향한 것이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 송금에 대해서는 추가 과세를 전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변광욱 기재부 국제조세정책관은 "추가적인 5%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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