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첫 선거 앞둔 미얀마···유엔 “폭력과 억압 속 선거” 비판

미얀마에서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군사정부가 폭력적 방식으로 선거 참여를 강요하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폭력 행위의 중단을 요구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사무소(UNHR)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명백한 폭력과 억압의 환경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며 “국민이 자유롭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행사할 조건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 군부가 국민에게 투표를 강요하기 위해 행사하는 잔혹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조 프리먼 국제앰네스티 미얀마 연구원은 전날 성명에서 군부의 불법 탄압 수준이 “전쟁 범죄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체포와 감시가 일상이 된 절망의 시대”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정은 오는 28일 선거를 앞두고 반대 의견을 내는 시민들을 체포하고 있다. 지난 7월 만들어진 선거 보호법은 선거 또는 선거 관계자에 대한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3년에서 최대 종신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최근 선거 보이콧 포스터를 게시한 양곤 지역 청년 3명은 이 법에 따라 징역 42~49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군정이 제작한 선거 참여 독려 영화를 비판한 영화감독 마이크 티, 배우 초 윈 투, 코미디언 온 다잉 등은 공공의 신뢰를 훼손한 혐의로 각각 7년형을 선고받았다.
군정의 공격을 피해 피란한 주민들은 최근 투표하지 않을 경우 고향 집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UNHR 소식통에 따르면 만달레이 등 여러 지역 실향민들은 “투표하러 마을로 돌아오지 않으면 집을 뺏거나 폭격하겠다”는 군부의 경고를 받았다.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까지 미얀마에서는 총 세 차례에 걸친 총선이 진행된다. 2021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민 아웅 훌라잉 군정이 주도하는 첫 선거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11556011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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