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스쿨 문제 유출 의혹' 현직 검사의 해명과 사과…"실수로 교수용 파일 게시"
논란 후 20여 일 만 출강 대학에 경위 밝혀
"파일 잘못 옮겨… 출제 안 된 죄명도 많아"
로스쿨생들 "납득 어려워… 고의성 정황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검사 선발의 첫 관문 격인 '검찰실무1' 과목 전국 시험 정보를 자신이 출강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단순 실수로 공개하게 된 문서라는 해명과 함께 실제 출제된 것보다 많은 죄명에 강조 표시가 되어있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는 고의 유출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최근 성균관대 로스쿨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전국 검찰실무1 기말시험이 치러진 직후 로스쿨 학생들을 중심으로 '출강 검사를 통해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현직 검사들이 전국 로스쿨에 교수로 파견돼 가르치는 과목으로 안 검사는 한양대·성균관대·강원대에 출강해 왔으나 논란 이후 원청으로 복귀했다.
안 검사는 먼저 "저로 인해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검찰실무1 재시험을 보게 돼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강원대, 성균관대 로스쿨 학생들은 형광펜이 칠해진 자료는 본 바도 없고, 제가 5분 정도 빠르게 죄명표 보는 법을 설명하면서 읽어준 것에 불과했음에도 시험문제를 유출 받았단 오명을 쓰게 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강의내용은 로스쿨 출강 교수 간 협의를 하지만 설명방식까진 정하지 않는데, 말미에 죄명표를 읽는 강의는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논란은 안 검사가 시험 직전 마지막 수업에서 특정 죄명에 형광색으로 중요 표시된 문서를 화면에 띄워 강의하면서 발생했다. 문서에는 출제 빈도가 낮은 생소한 죄명도 포함됐는데, 실제 30개 문항 중 90% 정도가 안 검사가 표시한 부분에서 출제됐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는 파견 검사들이 상의해 만든다고 한다. 법무부는 공정성·형평성을 고려해 이례적인 전면 재시험을 결정했고 이달 13일 전국에서 검찰실무1 시험이 다시 치러졌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안 검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고발됐다.

안 검사는 또한 해당 죄명표 파일을 띄워 강의한 곳은 출강 대학 세 곳 중 한양대 로스쿨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양대 로스쿨은 다음 날 형사재판실무 시험이 있어 빨리 강의를 끝내줬어야 했기에 구두로 죄명표 읽는 법을 강의할 때 학생들이 법전을 찾아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프로젝터에 띄우게 된 것"이라며 "외장하드에 게시용 죄명표와 제가 보던 죄명표 파일이 구분돼 있었는데, 한양대 컴퓨터로 옮겨 저장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제가 보던 죄명표가 게시됐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죄명에 강조 표시를 한 이유에 대해선 입장문에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안 검사 해명을 종합하면 결과적으로 제시된 죄명표엔 총 118개의 죄명에 형광색 표시가 돼 있었고, 그중 30개가 파견 검사들과 협의 후 강의에 다뤄진 것이었다고 한다. 교수 간 협의된 죄명에서 시험 문제가 대부분 출제되기 때문에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제시된 죄명표에 강조돼 있던 죄명도 실제 출제되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안 검사는 "판례나 법리를 함께 설명하거나 해당 죄명이 '출제된다' '중요하다'고 한 것도 아니었기에 로스쿨 출강이 처음이던 저는 이 정도 강의는 교수 재량 범위 내라고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법무부에 상세 경위를 보고했기에, 재시험을 결정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로스쿨생들 사이에선 안 검사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단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로스쿨 2학년 재학생은 "사실상 죄명이 전부인 시험인데, 강조 표시가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준비하는 예비시험까지 포함해 출제할 죄명에 표시돼 있던 것이라면 객관적으로 문제 유출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다른 수도권 로스쿨 2학년 재학생은 "한양대 로스쿨에서 강의할 때 '굳이 죄명들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겠죠' '다른 학교엔 얘기하지 말라' 등 언급을 했다는 증언도 있어 고의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0109590002338)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0114380005378)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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