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학위 따고 모국서 교수 … "한국 홍보대사로 뛰고 있죠"
한국서 공부한 외국인 유학생
졸업후에도 민간 외교관 역할
공학 수준 높고 기업 처우 만족
韓서 커리어 쌓는 경우도 늘어
비자·언어 문제란 걸림돌 여전
인턴십 등 취업지원 강화 주문
◆ K유학 뉴 트렌드 ◆

"한국 정부가 지난 몇십 년간 국제 교육에 꾸준히 투자해 온 덕분에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혜택을 받은 저로선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죠. 한국에 유학을 온 학생들은 한국의 해외 홍보대사와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그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국내 대학들의 꾸준한 국제 교육 투자로 한국에서 학업을 마친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한 후 한국과 고국을 잇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이나 연구기관, 기업 등에서도 국제 교육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와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업을 마친 뒤에도 한국에 남아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이어가는 유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24일 말레이시아 출신 아미누딘 빈 아부 씨(59)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공부하며 배운 것은 단순한 학문과 지식만이 아니었다"며 "한국 사회가 지닌 규율, 성실함, 노력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강한 업무 윤리와 리더십을 기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미누딘 씨는 1988년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학사에 이어 석사·박사학위까지 모두 취득한 '한양인'이다. 졸업한 후 고국으로 돌아가 말레이시아공과대(UTM)에서 주요 보직인 학생처장과 대외협력처장을 맡고 있다.
아미누딘 씨에게 한국은 낯설지만 따뜻한 곳이었다. 이방인이었던 그가 한국에 정을 붙일 수 있었던 건 '작은 배려' 덕분이었다. 그는 "학교 식당에서 떡볶이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제게 한국인 동급생이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줬다"며 "따뜻한 마음 덕분에 한국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은 아미누딘 씨를 말레이시아의 '한국 전도사'로 만들었다. 한국어가 유창한 아미누딘 씨는 지난달 29일 출범한 한양대 말레이시아 유학생 동문회에서 동문회장을 맡았다.
학업을 마친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외국인 졸업생도 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말레이시아 출신 걱크잉 씨(26)는 공학 분야의 경쟁력을 보고 한국을 선택했다.
걱 씨는 "삼성·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짧은 기간에 성장한 것을 보면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한국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대·KAIST·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세계 대학 상위권에 올라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걱 씨는 졸업한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기계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공학 분야 일을 하려면 회사 규모가 중요한데, 본국에는 이 정도 크기의 기업이 거의 없다"며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많은 선택지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기업은 공학 분야에서 복지와 성과 보상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고 느꼈고, 실제로도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삼일PwC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폴란드 출신 다그마라 루칸코 씨(29)는 "기술·컴퓨터 분야에서 한국 대학과 산업의 수준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접했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아직 졸업하지 않은 유학생들도 한국에 남아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인식은 뚜렷하다. 스페인 출신 아드리안 아쥬소 씨(25)는 현재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석사과정 3학기에 재학 중이다. 마드리드공과대(UPM)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인공지능(AI) 과정 석사를 마친 그는 "한국은 AI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과 미래 계획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나라로 보였다"며 한국 유학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한국에 남아 커리어를 이어가는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루칸코 씨는 외국인 유학생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비자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졸업한 직후 대기업에 바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비자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자와 급여 안정성 때문에 회사 선택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걱 씨는 "대학에서 유학생들의 언어 교육에 조금 더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공지나 수업 등이 간혹 한국어로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한국어가 미숙한 학생들은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아직 외국인 고용을 꺼리거나 교류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고 털어놨다.
아미누딘 씨도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서 경력을 쌓기를 희망한다"며 "인턴십 기회, 산학 협력 프로그램 등 진로·취업 지원을 더 강화한다면 글로벌 교육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 이수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승무원에 들키자 “장난삼아 만졌다”…항공기서 60대가 한 짓 - 매일경제
- “26일까지 들어가면 10% 먹고 시작”…연말 ‘배당 잭팟’ 여기서 터진다는데 - 매일경제
- “탁월함을 드러내다”…삼성전자, 갤럭시 S26 탑재 ‘엑시노스 2600’ 스펙 공개 - 매일경제
- [단독] 7000억 적자에 정부도 “심하네”…차보험료 최소 1%대 오를듯 - 매일경제
- “1인당 월 15만원 드릴게요”…기본소득 지급에 이달 1000명 이사온 ‘이 지역’ - 매일경제
- 압구정 아파트 1채 값이면 칠곡선 770채 산다…심화하는 ‘집값 양극화’ - 매일경제
- “시험관 포기, 병원도 안 갔는데”…41세에 ‘쌍둥이 자연임신’한 톱가수 - 매일경제
- 집값 불장 기름부은 범인 밝혀졌다…가족 자전거래 등 1002건 적발 - 매일경제
- 메리츠증권, 미국 주식 ‘수수료 제로’ 혜택 중단 - 매일경제
- “구단과 상의해야 할 부분 있어”…불투명해진 송성문의 WBC 출전, 류지현호의 대안은? [MK초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