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첨단산업 규제 개선은 생존 조건···금산분리 무관"

노우리 기자 2025. 12.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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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시비에 이례적 입장 표명]
"국민·국가와 반도체산업 과실 공유"
AI투자 골든타임 위한 국가적 조치
대규모 자금 조달 위해 SPC 필요
투자 끝나면 청산···상품판매 안해
인텔 등 해외선 이미 보편화된 모델
SK하이닉스가 60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추산 중인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SK하이닉스
[서울경제]

SK하이닉스가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과 관련해 “인공지능(AI) 시대에 확대되는 반도체 산업의 과실을 국가·국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투자 모델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규제 완화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이 일자 제기된 의구심을 상세히 설명하는 ‘질의응답(Q&A)’ 자료까지 이례적으로 냈다. 아울러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정부와 기업이 합동으로 수백조 원을 쏟아붓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제도 개선안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SK하이닉스는 24일 홈페이지 뉴스룸을 통해 ‘반도체 공장 투자 관련 설명 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SK하이닉스는 “AI와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투자의 규모·방식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우선 짚었다. 이어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특정 기업이나 개별 사안이 아니라 급격한 투자 환경의 변화 속에서 첨단산업 투자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11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현행 규정을 50% 이상이면 허용하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로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외부 자본을 유치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SPC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공장을 짓고 다시 빌려 쓰는 투자가 가능해졌다.

규제 개선안이 나오자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는 적잖이 반발했다. 정의당과 노동당·녹색당은 물론 경제정의실천연합·참여연대 등이 나서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특혜”라며 금산분리 완화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는 시민사회에서 주장하는 논리의 모순부터 지적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자회사 등을 이용해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자본을 소유·지배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막는 제도다. SK하이닉스는 “실질적 사업 구조는 SPC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임대하는 것”이라며 “SPC는 금융 상품 판매나 자산 운용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금산분리 훼손과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최근 같은 초대형·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분명한 제약이 존재한다”며 규제 개선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만 평 규모의 반도체 공장 클린룸 조성에 2019년 용인 클러스터 건설을 발표할 당시 투자비는 7조 5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 10월 말 오픈한 청주 M15X의 경우 20조 원까지 폭증했다.

SK하이닉스는 규제 개선안에 대해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과 생존이 걸린 ‘투자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읍소를 거듭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수백조 원 ‘전(錢)의 전쟁’이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투자 계획 수립 후 최첨단 제품 생산까지 통상 3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한다.

3년 뒤를 보고 수십조 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경쟁사들보다 앞서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신규 팹 4기를 구축하는 데 600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고, 충북 청주에도 올해 11조 원을 투자한 것을 포함해 향후 4년간 4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23년 반도체 불황으로 7조 7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약 27조 9000억 원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가 투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사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5000억 위안(100조 원)의 정책자금 지원을 선언했고 일본도 민관 합동으로 2030년까지 AI 반도체에 10조 엔(약 95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규제 완화가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첨단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거듭 당위성을 설명했다. 규제 완화의 결실이 기업은 물론 정부와 국민에게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SPC는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위한 한시적 구조로, 투자 목적이 달성되면 청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개선안 확정 시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며 “AI 시대에 확대되는 반도체 산업의 과실을 국가·국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투자 모델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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