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준 고통까지 사랑하며 이룬 꿈 [독자산행기]

프롤로그 : 지리산, 모든 도전의 시작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가장 값진 도전은 무엇일까?"
2018년 8월, 지리산 천왕봉에 함께 섰던 벅찬 감동으로 질문 을 던졌다. 우리 마음속의 답은 하나였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모두 완등하자!"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부부의 영원한 공 동 목표이자 끈끈한 사랑의 맹세가 되었다. 월간<산>, 산림청, 블랙야크, 한국의 산하가 지정한 모든 100대 명산을 완등해 보 자는 목표를 세웠다. 부부 동반의 대장정이 시작되었고, 2024 년 5월 마침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① 열정의 기록: 쉼 없이 이어진 발자취 불가능은 없다: 1일 다산 多山의 기록
그간 쌓아온 산행 기록은 부부의 뜨거운 열정을 그대로 증명 한다. 때로는 시간과 싸워야 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하루에 여러 산을 오르내리며 목표를 향한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
1일 3산
(2022.05.14): 가리산, 오봉산, 용화산춘천 인근 세 개 산을 하루에 종주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 어진 산행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서로를 향한 강한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1일 2산 시리즈
2023.04.01 : 불갑산과 장성 축령산
2023.04.15 : 용봉산과 서산 가야산
2023.06.04 : 수락산과 원주 감악산
2023.10.08 : 검단산과 남한산
2023.10.15 : 수리산과 광교산
2024.04.19 : 진악산과 만행산
산이 준 선물: 절경 속 아름다운 추억
산은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안겨 주 었다. 가을 끝자락, 겨울의 문턱에서 한라산은 우리에게 상고대 의 선물을 주었다. 11월 첫날, 관음사에서 시작된 여정은 9부 능 선에서 만난 눈부신 상고대와 함께 겨울로 이어졌다. 거센 바람 과 추위로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백록담의 웅장함은 가 슴에 깊이 새겨졌다. 하루에 가을과 겨울을 동시에 만났다. 성판 악 하산길은 고단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짙게 남겼다.
점봉산 곰배령에서의 향기도 향긋한 추억이다. 산행 초입, 산 막에서 우연히 맛본 산나물전은 그 어떤 만찬보다 특별했다. 지 금껏 그 어디에서도 맛본 적 없는 독특한 산채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흔한 전과는 차원이 다른 싱그러움과 깊은 맛. 산이 내 어준 소박하지만 진정한 선물이었다.

② 부부의 힘: 극한을 이겨낸 경험담 설악산의 그림자: 마지막 버스 10초전
설악산에서의 경험은 '믿음'과 '끈기'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 다. 봉정암에서 1박을 계획했지만, 중청봉에서 만난 40대 산우 의 "백담사까지 3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믿고 예약을 취소했다. 그 선택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힘든 여정을 불러오 게 된다. 끝없는 어둠 속을 헤매는 발걸음은 한없이 길게 느껴졌 다. 험준한 백담사 하산길을 정신력 하나로 버텨낼 수밖에 없었 다. 마침내 백담사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저녁 7시 정각 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지막 버스 출발 10초 전.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몸을 실은 그 순간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과 성취감을 나누었었다. 이 산행은 하나의 큰 도전이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남덕유산의 강풍: 50대 부부의 등산 포기
정상 약 500m를 앞둔 구간이었다. 험한 암릉 구간에 더해 바람이 거세져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였다. 앞에 가던 50대 부 부가 강풍을 이기지 못해 결국 하산을 결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쉽지 않으세요? 조금 만 더 가면 정상입니다!"
간곡히 등정을 권유했지만, 50대 부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포 기하고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 역시 망설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오히려 거친 바람 속에서 정상에 서고 싶다는 강한 집념 이 생겼다. 철계단을 오르는 순간순간, 바람에 밀려 몸이 휘청거 렸지만, 난간을 꽉 붙잡고 한 발 한 발 끈기 있게 전진했다. 마침 내 남덕유산 정상( 1,507m )에 섰다. 정상석 주변의 칼바람은 숨 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그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백두대간의 파 노라마는 모든 고통을 잊게 할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6시 간 30분 동안의 고행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천태산의 밧줄: 아내의 용기
산은 때로 위대한 용기를 요구한다. 충북 영동 천태산의 약 30m 높이 암벽길은 모두 회피하는 험난한 코스였다. 그러나 아내는 주저하지 않고 "한 번 도전해 보겠다"며 로프를 움켜 쥐 었다.
아내는 빛나는 땀방울을 흘리며 거친 숨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암벽 끝에 올라섰다. 그 순간, 산을 오르는 아내에게서 평 소 보지 못했던 강인하고 아름다운 '산악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 벅찬 감동의 순간을 동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 만 그 빛나는 투지는 가슴속에 깊이 기록되었다.
해산굴의 격려: 좁은 통로에서 찾은 유대
강원도 홍천 팔봉산의 하이라이트인 해산굴 狹山窟은 두 사람 이 몸을 웅크리고 기어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는 좁은 암굴이다. 좁은 통로를 통과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괜찮아' '조금만 더 힘 내'하며 격려했다. 그 순간의 따뜻한 격려는 잊을 수 없는 추억 이 되었다. 우리 부부가 어떤 좁고 힘든 길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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