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이소에 도전장 낸 이마트…초저가 생활용품점 '와우샵' 가보니

김나연 기자 2025. 12.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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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5000원 ‘초저가 전략’…다이소와 정면 경쟁
직수입 상품 1300여개 판매…86%가 3000원 이하
“비식품 경쟁력 강화 초점…고객 반응 고려해 발전”
이마트 왕십리점 와우샵 매장 모습. ⓒ김나연 기자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5000원 넘어가는 가격이 하나도 없어. 다이소랑 똑같네!"

이마트가 생활용품 시장에서 '초저가 승부수'를 던졌다. 신선식품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1000원~5000원 균일가 편집숍 '와우샵'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이소의 핵심 영역을 정조준했다.

기자는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왕십리점을 찾았다. 2층 입구에 들어서자 원화(₩) 기호로 스마일을 형상화한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장바구니를 든 고객들은 매장 입구에서부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활용품과 각종 잡화가 뒤섞여 있는 구성부터 노란색 가격표가 빼곡히 붙어있는 매대와 '1000원 균일가', '1000원부터 시작하는 놀라운 가격'이라는 문구까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줬다. 마치 다이소 매장에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이곳은 다이소가 아닌, 이마트가 최근 시범 도입한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이다. 기존 대형마트 비식품 코너와 달리, 와우샵은 입구에서 식료품 코너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장보기로 넘어가도록 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현장을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오전 시간대임에도 매대 곳곳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몰렸고, 욕실화와 수세미, 주방용 집게, 옷걸이 등 생활용품 코너 앞에서 가격표를 확인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옷걸이 5개(1000원) △욕실화(2000원) △식기건조대(3000원) △보온병(5000원) 등 가격을 확인한 고객들 사이에서는 "정말 싸다", "가격이 다이소랑 같다"는 말이 잇따랐다.

이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가 와우샵에 잠시 들렀다는 40대 주부는 "이마트에는 주로 식료품을 사러 오는데, 필요한 생활용품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자취를 시작했다는 30대 남성은 주방·욕실·청소용품 매대를 차례로 둘러보며 한참을 머무르다 여러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20대 여성은 "소모품이나 생필품은 굳이 비싸게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가격이 합리적이라 마음에 든다"며 "아무리 비싼 게 좋다고 해도 요즘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이 많다. 이런 매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와우샵 왕십리점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와우샵 왕십리점 내 여행소품 매대 모습. '1000원부터 시작하는 놀라운 가격' 문구가 적혀있다. ⓒ김나연 기자
와우샵 왕십리점 내 화장품 매대 모습. ⓒ김나연 기자

와우샵은 '와우(WOW)'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놀랄 만한 가격의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패션·뷰티·디지털 액세서리까지 총 1340여개 상품을 1000원부터 5000원까지 균일가로 판매한다. 이를 위해 전체 상품의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했다.

가격 구조만 놓고 보면 '5000원 이하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표방하는 다이소를 저절로 떠올리게 되지만, 다른 점도 존재한다. 와우샵은 다이소처럼 독립 점포가 아닌 '숍인숍' 형태로,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인 만큼 단독 매장인 다이소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여러 개의 코너로 구성됐지만, 66.1㎡(약 20평) 규모로 각 코너의 면적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이마트가 처음 자체적으로 선보이는 초저가 생활용품점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는 듯한 모습이다. 취재 중에도 직원이 수시로 재고를 확인하거나 상품을 매대에 보충하는 등 진열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마트가 이처럼 초저가 가격을 구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00% 해외 직소싱 프로세스가 있다. 와우샵 상품 전량을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이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20여년간 축적한 직수입 상품 품질 관리 노하우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측은 KC 인증을 비롯해 식품검역, 어린이제품 안전인증, 전파안전인증 등 품목별 법정 인증 절차도 모두 거쳤다고 밝혔다.

와우샵 내 화장품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색조 화장품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다이소와 달리, 이마트는 4050 주부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4950원짜리 초저가 화장품 위주로 다이소만큼 품목이 다양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갖췄다.

기초 화장품을 비롯해 퍼프·세럼·마스크팩·클렌징폼 등 구매 수요가 높은 제품군이 마련됐다. 엄마와 함께 방문한 한 초등학생은 퍼프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그동안 퍼프는 다이소 것만 썼는데 와우샵 3000원짜리 퍼프도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충전기·마우스·충전 케이블 등 디지털 액세서리와 문구류도 폭넓게 구성됐다. 목베개, 캐리어 네임태그 등 여행용품은 물론, 가습기 같은 사무실 필수품도 진열돼 있다.

3층에 위치한 다이소 왕십리역점 매장 입구. ⓒ김나연 기자
다이소 왕십리역점 매장 내부. ⓒ김나연 기자

다만 이를 제외한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소품을 사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20대 여성은 "기본적인 생활용품은 구성과 가격 모두 다이소와 비슷하지만, 크리스마스 등 시즌 소품이나 트렌디한 상품 구성은 다이소가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소 왕십리역점은 같은 건물 3층에 입점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만 올라간 후 천천히 이동해도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와우샵 왕십리점뿐만 아니라 은평점 인근에도 도보 10분 이내에 다이소 매장이 2곳이나 자리 잡고 있다. 다이소는 현재 전국 16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이마트는 1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일부 이마트 점포에 다이소가 이미 입점한 경우도 많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이소는 전국 16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바탕으로 '생활 반경 속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 가능한 곳'을 무기로 삼고 있다"며 "와우샵이 아무리 저렴해도 '굳이 집 앞 다이소가 아닌 이마트까지 가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면 재방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생활용품 등 비식품 카테고리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다이소와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이다. 신선식품 부문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 구매 빈도가 비교적 높은 생활용품의 매출이 떨어지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마트는 최근 3개 분기 연속 실적 성장을 기록했지만, 비식품 매출 비중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내세운 와우샵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직접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와우샵은 다이소와의 경쟁을 공식적으로 알린 신호"라며 "다이소의 급성장과 이마트 실적 둔화 가운데 다이소에 직접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이소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줄곧 실적 부진을 겪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5000억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유지했던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21년 3156억원에서 2022년 1357억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소폭 반등해 47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실적 회복세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마트가 역성장을 겪는 동안 다이소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이소의 영업이익은 2021년 2838억원, 2022년 2393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2617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9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11억원으로 40% 이상 늘며 사상 처음 영업이익 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마트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식료품(그로서리)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이, 다이소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히며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며 "와우샵은 생필품 수요를 다시 보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와우샵은 지난 17일 왕십리점을 시작으로 19일 은평점, 금일 자양점 오픈에 이어 오는 31일 수성점까지 총 4개 점포에 순차적으로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식품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라며 "고객 반응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상품 운영 방향을 다각도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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