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찍고 계약 해제…‘가격 띄우기’ 등 이상거래 1002건 적발

2023년 10월 A씨는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는 법인에 아내와 공동 소유한 서울 소재 아파트를 역대 최고가인 16억5000만원에 매도했다고 거래 신고를 했다. 법인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A씨 부부에게 지급했지만 계약은 9개월 뒤 해지됐다. 이후 A씨는 제3자에게 더 높은 가격(18억원)으로 아파트를 팔았다. 거래 해제 신고 이후에도 A씨와 법인 간에는 계약금과 중도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례를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매한 것처럼 허위 신고해 주변 시세를 끌어올린 후 계약을 해제하는 이른바 ‘가격 띄우기’로 의심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4일 밝혔다. 국토부가 올해 하반기 실시한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에서 적발된 위법 의심거래는 이를 포함해 1002건에 달했다.
올 하반기 기획조사는 세 가지 분야에서 진행됐다. 우선 2023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부동산 실거래가 띄우기’가 의심되는 서울 아파트 이상거래 신고분 437건을 대상으로 기획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142건의 거래에서 161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 중 가격 띄우기 정황이 뚜렷한 총 10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조사에선 가족 관계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서울 아파트를 신고가인 8억2000만원에 거래했다고 신고했다가, 1년 뒤 해제 신고 후 제3자에게 8억원에 매도한 사례도 적발됐다.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은 점 등이 허위 매매로 의심돼 경찰청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과천, 성남 분당·수정구, 용인 수지구, 안양 동안구, 화성 전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상거래 기획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5~6월 이상거래 신고분 1445건을 조사한 결과 673건의 거래에서 796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적발됐다. 부모가 자녀에게 차용증이나 적정이자 지급 없이 주택 거래대금을 빌려주는 등 편법 증여가 496건, 개인사업자가 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는 등의 용도 외 유용이 135건 적발됐다.
국토부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등의 주택 거래신고분 중 특이동향이 나타난 사례를 대상으로 한 기획조사도 실시했다. 334건의 신고분 중 187건 거래에서 250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적발됐다.

미성년자 자녀를 이용한 전세사기 의심사례도 나왔다. B씨는 만 8세 이하 미성년자 남매인 자녀들의 명의로 경남 일대의 연립·다세대, 아파트 등 총 25채의 주택을 총 16억7550원으로 매수했다. 소득이 없는 자녀들 대신 B씨가 대리인으로 실질적인 계약을 체결했고, 자금은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을 통해 조달했다. 국토부는 B씨가 매수한 물건 중 3건에서 임차권 등기명령을 확인했고, 자녀들의 보증금 반환능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전세사기로 의심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올 하반기 거래신고분에 대한 기획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9~10월 거래신고분에 대해서는 10·15 대책에 포함된 서울·경기 규제지역뿐 아니라 풍선효과가 우려된 경기 구리·남양주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내년에도 올해 8월 이후 거래신고분에 대한 가격 띄우기 기획 조사를 지속 추진하고, 부동산 거래 계약 해제 신고 서식을 개선하는 등 시세교란 행위에 대한 점검과 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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