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상 받고, 다큐 감독은 '범죄자' 낙인..."이 판결 남아선 안 된다"

노지민 기자 2025. 12. 24. 15: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현장을 촬영하다 폭도(시위대)들과 함께 특수건조물침입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정윤석 피고인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경내에 들어가 촬영했다는 점은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면서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위해 제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1심 재판부도 2심 재판부도 정윤석 감독의 촬영 행위를 공익적 취재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정 감독과 같은 날 폭동 현장을 취재해 보도한 JTBC 기자들은 처벌 받지 않고 보도 관련 수상을 한 일을 언급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서부지방법원 폭동 현장 촬영한 정윤석 감독 1심 벌금형 유지
"깊은 유감" "참담" 속 정 감독 측 상고 예정…시민사회, 국제 연대 활동 계획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촬영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현장을 촬영하다 폭도(시위대)들과 함께 특수건조물침입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정 감독 변호인단이 “깊은 유감”이라며 상고 계획을 밝혔고, 시민사회에서도 국제 단위의 연대 행동 등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정윤석 감독 유죄로 본 1심 유지

24일 서울고등법원 제8형사부는 정윤석 감독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정윤석 감독의 경우 시위대와 동떨어져 촬영만 했기에 '다중의 위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검사가 주장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단순 건조물침입죄를 인정한 1심 판단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정윤석 피고인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경내에 들어가 촬영했다는 점은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면서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위해 제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의 법원 직원들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로서는 정윤석 피고인의 진입과 다른 피고인들의 진입 간의 차이를 분간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정 감독이 체포돼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거나, 검사의 공소권이 남용 내지는 자의적으로 위법하게 행사됐다는 등의 변호인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서부지법 폭동 관련해 특수건조물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36명 중 16명에 대해 원심 판결을 유지했고, 18명에게 원심보다 낮은 형량인 징역 3년2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실형을, 나머지 2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 수십 명에 대한 선고가 함께 이뤄지면서 법원에는 방청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본법정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중계법정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2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촬영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화인 및 시민단체들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사법적 판단 반대”

항소심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앞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예술가를 처벌하는 사법적 판단에 반대한다'며 사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화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블랙리스트 이후·언론개혁시민연대·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자리였다.

정 감독 변호인단의 서채완 변호사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서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는 허용될 수 없다'라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국제인권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라고 반박했다. 서 변호사는 “대리인단에서는 12월4일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에게 이미 진정서를 접수했고 회신을 받았다. 특별보고관 역시 이 사건을 계속 예의주시하겠다면서 계속 '팔로우 업' 요청을 하고 있다”며 “무고한 예술인,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감독의 촬영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고 다른 해외 사례에서 형성하고 있는 판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1심에서 항소심까지 서부지법 폭동자들과 함께 감독님이 재판을 받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은 '10명, 100명의 범죄자를 잡는 것보다 한 명의 억울한 이를 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폭동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이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라는 태도로 법원이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상고 등 후속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눈 앞에 폭동이 벌어졌다면 취재하지 않을 수 있나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윤석 감독은 “법원 직원들이 저 때문에 불안해 해서 유죄를 줘야 한다고 하니까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정 감독은 “사법부가 검찰과 함께 예술가의 사회적 가치를 계속 폄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 사건은 엄밀히 말해서 예술가 권리보장법 7조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국가기관의 권리 침해 행위가 너무 분명하다”라면서 “단순 침입으로 체포했고 증거도 없이 폭도로 몰고 사건을 조작하고 키워갔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예술가가 굴하지 않자 끝까지 중범죄자로 취급하면서 기소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은 건 오히려 국가기관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향해 눈 앞에 폭동이 벌어졌다면 촬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분과 운영위원인 이원우 감독은 “여기 서 있는 우리 영화 동료들은 카메라를 들고,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지금 바로 뒤에 있는 건물에 폭도들이 돌진한다고 생각해보면 지금 카메라를 들고 계신 분들이 쫓아가지 않을 방도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의무와 책임감 때문에 촬영하고 기록을 남겨서 어떠한 상황이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카메라를 들었던 정윤석 감독이 이런 판결을 받고 고초와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분노하게 된다”고 했다.

▲2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서울 서부지법 폭동을 촬영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국내 영화인·시민 이어 국제 단체들도 정윤석 감독 무죄 촉구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1심 재판부도 2심 재판부도 정윤석 감독의 촬영 행위를 공익적 취재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정 감독과 같은 날 폭동 현장을 취재해 보도한 JTBC 기자들은 처벌 받지 않고 보도 관련 수상을 한 일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국제적 기준을 보더라도 언론사의 소속 여부로 언론인을 가리지 않는다”며 “언론인을 보호할 때 단순히 그 사람이 언론사에 소속돼 있는지 여부만 보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촬영을 했고 어떤 기록을 남겨왔는지 보고 판단하도록 모든 언론과 관련된 규정에서 얘기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에선 독립적 저널리스트나 프리랜서 기자, 사진 작가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 언론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며 “그래서 이 판결이 절대 이대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해외 언론 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반드시 이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 감독이 재판에 넘겨진 뒤로 그의 무죄를 요구하는 탄원이 이어져왔다. 1심 선고를 앞두고 박찬욱·김성수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 2781명과 일반 시민까지 총 1만5000여 명의 탄원서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56개 단체의 2677명이 연명한 추가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지난 19일에는 위험에 처한 영화인을 위한 국제연대(ICFR)가 정윤석 감독 지지선언을 발표하며 청원캠페인에 나선 바 있다. 관련해 정 감독은 “암스테르담 국제영화제, 유럽감독조합 등 세계 영화 단체들이 긴급 성명을 냈다”라고 덧붙이며 “예술가의 활동, 사회적 역할 이런 것들은 이미 다 법원에 제출됐고 증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