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광지도가 바뀐다…방문자 수보다 '경험'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방문자 수의 시대는 끝났다. 대한민국 관광지도가 '경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 "이제 관광의 승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명세와 방문객 수로 평가되던 시대는 저물고, 여행자가 직접 참여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여행지가 떠오르고 있다.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는 '한국 관광지 500: 여행자 감성 평가로 본 2025 한국 관광 지형도'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한국 관광의 구조적 전환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선정한 '한국 관광지 500'은 전국 1만6,745개 관광지를 대상으로 한 소셜 빅데이터(버즈량·감성 분석)를 기반으로, 단순 방문 수가 아닌 '여행자의 마음'을 데이터로 읽어낸 것이 핵심이다. 단순 서열화하는 것을 넘어, 정책적 활용도와 성장 전략을 차별화하기 위해 3단계 '티어(Tier)' 시스템을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광안리 1위 등극의 의미, '보는 바다'에서 '참여하는 바다'로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1위 등극이다. 전통적인 강자 해운대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결과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다.보고서는 이를 '보는 바다에서 참여하는 바다로의 이동"이라고 해석했다.
광안리는 드론쇼, 야간 경관, 이벤트형 콘텐츠를 통해 여행자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풍경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여행자가 무대의 일부가 되는 관광지로 진화한 셈이다. 디지털 시대 관광의 승리 공식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관광의 새로운 구조: 자연이 깔고, 역사가 세우며, 엔터가 이끈다
보고서는 개별 순위를 넘어 한국 관광지 500선의 전체적인 구조와 역할 분담에도 주목했다. 500개 관광지를 분석한 결과, '자연이 저변, 역사가 축, 엔터가 성장 엔진'이라는 뚜렷한 생태계가 확인됐다.
▲자연경관형(50.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산·바다·숲 중심의 자연 관광이 여전히 한국 관광의 저변을 형성한다. 휴식과 치유에 대한 수요는 변함없는 기본값이다.
▲역사문화형(35.0%)이 그 뒤를 이어, 궁궐, 유적, 전통 마을은 한국 관광의 서사와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주목할 점은 ▲엔터테인먼트형(14.8%)다. 절대적인 수는 적지만, 상위권에서 강력한 파급력을 보인다. 체험·소비·콘텐츠 생산을 촉진하며 관광 확산의 '가속페달' 역할을 수행한다.
광안리의 1위 등극은 자연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될 때 어떤 폭발력이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역별 관광 지형도, 서울은 클러스터, 지방은 고유성의 싸움
지역별로 보면 관광 정체성은 더욱 선명해진다.서울은 경복궁, 북촌 등 역사문화 자원이 도심에 고밀도로 집적된 '역사문화 클러스터'로 나타났다. 서울의 강점은 단일 관광지의 매력이 아닌, 자원들이 군집을 이뤄 '클러스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는 외래 관광객의 관문이자 국내 관광의 기준점이라는 서울의 구조적 우위를 설명한다.

반면 지방은 '고유성'이 승부처다.강원과 제주는 압도적인 자연경관으로, 부산은 도시와 바다가 결합된 융복합 콘텐츠로 각자의 색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산업도시 포항의 약진은 눈에 띈다. 철제 구조물을 랜드마크로 바꾼 '스페이스워크'는, 도시의 산업 DNA를 관광 자원으로 전환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킬러 콘텐츠 하나가 도시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5 트렌드. 촌캉스·로컬·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술'
보고서는 2025년 한국 관광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촌캉스(Rural) ▲하이퍼 로컬리즘 ▲스마트 기술(Tech)의 결합을 제시했다.

화려한 호텔 대신 시골의 '희소한 감성'을 즐기는 촌캉스와 동네 깊숙이 파고드는 하이퍼 로컬리즘이 MZ세대의 새로운 여행법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을 완성하는 것이 AR 가이드, 비대면 체크인 등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작동하는 첨단 기술이라는 점이다.
"미투(Me-too) 전략 버리고 '휴먼웨어' 채워야"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순위 나열을 넘어, 천편일률적인 하드웨어 개발에 몰두하는" 지자체 관광 정책을 향한 강한 메시지도 던진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데이터가 보여주는 '매튜 효과(부익부 빈익빈)'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플랫폼 알고리즘은 이미 유명한 곳을 더 노출시키는 편향성을 갖는다"며 "지자체와 DMO(지역관광추진조직)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판은 낮지만 매력은 높은' 숨은 명소를 정밀하게 타겟팅해 육성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거대한 인프라보다 광안리의 드론쇼나 촌캉스의 시골 밥상이 더 큰 감동을 주는 시대"라며 "하드웨어 중심에서 사람과 경험 중심의 '휴먼웨어'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역시 "지자체의 '따라 하기식(Me-too)' 행정을 버리고, 포항처럼 지역의 고유한 DNA를 찾아내 'Only-Here(오직 이곳에서만)'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시대 여행자는 단순 관람객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라며 "그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휴먼웨어에 투자해야 한국이 '감성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이번 선정을 시작으로 '한국관광지 500'을 매년 발표하여, 새로운 관광지를 조명하고 한국 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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