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금지되고 빵이 사라진 시대…웃음과 비극으로 만나는 ‘슈가’ ‘보니 앤 클라이드’
1930년대 미국은 술이 금지되고 빵이 사라진 시대였다. 금주법의 혼란 속에 살아남기 위해 여장을 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낸 뮤지컬 <슈가>, 대공황의 빈곤 속에 범죄로 내몰린 연인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나란히 막을 올렸다. 불안의 시대를 웃음과 비극으로 풀어낸 두 작품은 오늘의 관객에게도 유효한 재미와 질문을 건넨다.



<슈가>는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인 고전 코미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1959)를 원작으로 하는 쇼 뮤지컬이다. 1972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을 이번에 처음 한국 무대에 올렸다. 금주법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갱단의 살인 사건을 목격하면서 쫓기게 된 재즈 연주자 조(죠세핀)와 제리(다프네)가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다.
프로시니엄 무대로 옮긴 흑백 영화 한 편을 총천연색으로 감상하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뼈대는 이미 익숙하다. 들킬 듯 말 듯한 위기, 엇갈리는 사랑과 우정,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혼란 끝에 해피엔딩. 작품은 그 익숙한 구조를 비틀기보다, 고전 코미디의 리듬과 타이밍을 충실히 재현하는 쪽을 택한다. 관객에게는 편안한 웃음으로 돌아온다.
‘꿀잼’과 ‘노잼’을 가르는 것은 결국 배우들이다. 엄기준·김법래·김형묵 등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의 능청맞은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여장이 장난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는 설정 위에 경쾌한 대사와 음악, 과장된 몸짓을 쌓아 올려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밴드 음악과 탭댄스가 어우러진 화려한 퍼포먼스도 볼거리다.
시대를 건너온 코미디는 여전히 유쾌하다. 중장년층에서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전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22일까지.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의 범죄 행각을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만난 두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차량 절도와 강도를 거듭하며 세상을 뒤흔든 이야기가 로드 무비처럼 펼쳐진다.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으며, 한국에선 11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무대를 올린다.
국내 관객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세련된 음악이 매력적이다. 재즈, 블루스,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음악이 이야기와 어우러진다.
영어에서 ‘총을 쏘다’와 ‘사진을 찍다’는 같은 단어(Shoot)이다. 총으로 무장한 보니와 클라이드는 세련된 패션에 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자신들의 모습을 ‘찰칵 찰칵’ 사진으로 남겼다. 경찰에 쫓기면서도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신문에 시를 투고하기도 했다. 이들이 단순한 범죄자를 넘어 치명적인 로맨스로 재조명된 이유다.
작품 속 젊은 커플의 모습은 관심을 갈구하며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을 드러내는 현대인과 겹쳐보인다. 이들의 선택을 왜곡된 사회와 연결지어 생각하도록 한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내년 3월2일까지.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40년 의사 최대 1만1000명 부족 추산···내년도 의대 증원 400~800명대 가능성
- 윤 측 “윤석열, 윤석열 하지 마라” 트집에 특검 “그럼 피고인”···내란 재판 병합
- [속보]서울 강동구 버스 3대·SUV 4중 추돌···40명 병원 이송
- [단독]“이 대통령 조폭 연루 편지 조작”…셀프 감찰 논란에 법무부 “자체 감찰하기로”
- 현직 부장검사, ‘검찰청 폐지’에 헌소···“헌법이 검사 수사권 보장” 주장
- 전투기 탄 채 “대만 정말 가까워”···중국군의 섬뜩한 ‘틱톡 스타일’ 선전 영상
- ‘이 대통령 사시 동기’ 김성식 변호사, 신임 예보 사장으로 내정
- 어도어, 다니엘·민희진에 431억 손배청구···‘하이브-민희진’ 재판부가 맡는다
- 서울 강서구 아파트서 불···50대 남성 숨지고 주민 대피
- 런던-파리 유로스타 운행중단···채널터널 전력 문제에 여행객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