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이 핵심" vs "폭탄 터진 권태기"…대사로 이뤄지는 성의 향연 [스프]

심영구 기자 2025. 12.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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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출신 감독으로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하정우가 연출하고 주인공으로 출연한 <윗집 사람들> 은 스페인 영화 <더 피플 업스테어스> 를 리메이크 한 영화로 성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얽힌 관계를 풀어간다.

<윗집 사람들> 은 관계나 주제 면에서 더 한정적이기 때문에, 성에 대한 담론을 파격적으로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파격적이고 수위 높은 부부 사이의 은밀한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거부감 없이 유쾌하게 연출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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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영화 <윗집 사람들> (글 :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배우 출신 감독으로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하정우가 연출하고 주인공으로 출연한 <윗집 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더 피플 업스테어스>를 리메이크 한 영화로 성을 바탕으로 부부간의 얽힌 관계를 풀어간다. 부부 사이의 문제는 국가를 초월해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 제작을 위해 여러 국가에서 판권을 사들였다고 알려졌다. 스페인 원작을 얼마나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각색하느냐를 놓고 감독 역시 많은 고민을 했을 터였다. 개봉 주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19금 섹스 코미디라는 입소문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야한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의 만남으로 시작해 헤어짐으로 끝나는 <윗집 사람들>은 대사의 힘과 캐릭터들의 표정이 거의 전부다. 공간도 아랫집에서 벗어나지 않고, 주요 캐릭터도 네 명뿐이다. 한 공간에서 대사만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과 비교된다. <완벽한 타인>이 성공을 거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윗집 사람들>도 그 정도의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윗집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하지만, 성애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성애를 연상시키는 동작도 상징적이거나, 코믹하게 연출되기 때문에 에로틱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언어를 통해 성적인 풍자를 얼마나 농후하게 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보게 된다. 에로틱한 연기대신 '진액', '젖었다' 같은, 상투적일 수 있는 표현의 반복, 남편이 요리하면서 짜내는 레몬 즙 방울을 보며 황홀한 눈빛을 하는 아내의 모습, 위층 부부의 현란한 요가 시연 정도가 성적인 상징으로 연출된다.

<완벽한 타인>도 대화에 의존해 서사가 진행되지만, 휴대폰을 매개로 해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한다. 같은 공간에서 대사로만 진행되는 서사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다양한 상황과 인간관계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지루함이 없다. <윗집 사람들>은 관계나 주제 면에서 더 한정적이기 때문에, 성에 대한 담론을 파격적으로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아래층 부부의 수면을 방해할 만큼 심각한 윗집 소음의 출처를 태연스레 밝히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파격적이고 수위 높은 부부 사이의 은밀한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거부감 없이 유쾌하게 연출되느냐가 관건이다.

성적인 끌림이 관계의 핵심이자 삶의 에너지인 윗집 부부, 김 선생과 그의 아내인 정신과의사 수경 역을 하정우와 이하늬가, 이미 권태기에 접어들어 서로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랫집 부부, 정아와 현수 역을 공효진과 김동욱이 연기했다. 서로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일상 속에 묻고 사는 정아와 현수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대표한다. 윗집 부부의 방문은 고인 채 이끼가 끼어가고 있는 연못에 폭탄을 터뜨린 격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싶은 현수에게 그들의 방문은 일상을 깨뜨리는 불쾌한 공격으로 다가왔지만, 정아는 정반대다.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고 억눌려왔는지 깨달으며, 제약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들의 태도에서 삶의 새로운 활기를 발견한다. 약간은 과장된 하정우의 느끼한 눈빛과 목소리, 예의 바르면서도 무게가 실린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파격적인 성적 제안을 하는 이하늬의 진지함, 그리고 공효진 특유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표정이 상쇄되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거부감 없이 두 부부의 만남을 지켜보게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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