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이 사라졌다…옆집에 살아도 알 길 없는 '공포' [올댓체크]

어린 여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흉악범 조두순(73)의 신상정보 공개가 출소 5년 만에 종료됐습니다. 출소 이후 수차례 규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 온 조두순이 앞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일반 시민은 그의 거주지를 확인할 수 없게 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범죄자가 생활권 안에서 ‘보이지 않게 됐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당시 만 8살인 피해자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성폭행했습니다. 이듬해 대법원은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확정했습니다. 2020년 12월 만기 출소와 동시에 시작된 5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기간은 지난 11일 종료됐고, 이에 따라 12일부터 ‘성범죄자알림e’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조두순의 실제 거주지와 사진, 키·몸무게, 성범죄 전력 등 모든 정보가 삭제됐습니다.

'성범죄자 알림e'는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예방 효과를 노린 제도인데, 조두순의 공개 기간이 5년으로 제한된 것은 당시 적용된 법률 때문입니다. 유죄 선고 당시 청소년성보호법은 형량과 관계없이 신상정보를 5년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2010년 관련 법이 개정돼 최장 10년까지 공개 기간이 늘어났지만, 이 규정은 조두순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조두순이 출소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입니다. 조두순은 등·하교 시간대인 오전 7시∼9시와 오후 3∼6시, 야간 시간대인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집 밖으로 외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23년 12월 야간 외출 제한을 어기고 외출했다가 전자장치부착법 위반으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또, 올해 3월부터 6월 초까지 초등학교 하교 시간대에 네 차례 집을 나섰다가 주거지 앞에 근무하던 보호관찰관에 의해 귀가 조처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전자감독장치 전원을 차단하거나 장비를 훼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으며, 같은 달 10일에는 자택을 무단 이탈했습니다.

무단이탈과 장치 훼손을 시도해 온 인물의 위치 정보가 더 이상 공개되지 않으면서 시민 불안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가 벌써 끝난 것이냐"는 우려와 함께, 공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현행 최장 10년인 중대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 기간을 최장 3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두순과 같은 기존 아동 성폭행범에게도 새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나 의원은 "악질적인 아동 성폭행범이 5년만 버티면 '성범죄자 알림e'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현 제도의 현실"이라며 지역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공개 기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임준태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성범죄자는 개인별 성향이 다르고, 출소 이후 치료 이력이나 재범 억제 효과에도 차이가 있다”며 “범죄적 성향이 상당 부분 교정된 경우까지 과도하게 긴 공개 기간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범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출소자의 경우에 한해 더 긴 공개 기간을 설정하는 등, 위험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조두순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조두순은 올해 초부터 섬망으로 추정되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아내마저 곁을 떠나 혼자 생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조두순의 재범 위험성을 심각하게 본 검찰은 지난달 "피고인이 정신병을 앓고 있어 약물치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며 재판부에 치료감호를 요청했습니다. 앞서 안산보호관찰소 역시 조두순의 정신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법원에 감정유치장을 신청했고, 국립법무병원도 정신감정을 실시한 뒤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평등가족부는 "신상정보 공개는 중단됐지만 법무부 차원의 신상정보 관리와 24시간 감시는 계속된다"며 "법원에서 치료감호 명령이 내려질 경우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두순은 지난 6월 전자장치를 파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원은 이 사건을 선고할 때 치료감호 명령을 내릴지 함께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경우 향후 치료감호를 통해 일정 기간 격리와 치료가 병행된다면 시민 불안은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그의 12년 수감 기간 동안 충분한 교정과 치료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출소 이후 관리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신상정보 공개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시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도 제기됩니다. 공개 기간 논쟁과는 별도로, 신상정보 공개 제도 자체가 성범죄 재범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교수는 “신상정보 공개 제도는 시민이 위험 인물을 인지하고 경계할 수 있도록 돕는 측면에서 정보 접근권과 심리적 안심 효과는 있다”면서도 “국내외 연구를 보면 재범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부 성범죄자의 경우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낙인이 강화되고, 자포자기나 반사회적 저항 심리가 커져 오히려 재범 위험이 높아지는 사례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현장에서도 확인됩니다. 모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A경찰관은 “소속된 경찰서에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대상자가 15명 있는데, 이 가운데 7명은 재범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 사례로 “신상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상태에서 재범을 저질러 현재 수감 중인 인물도 있다”며 "2014년, 2018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고, 모두 준강간 범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범 위험이 큰 일부 성범죄자의 경우, 신상정보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웅혁 교수는 "형기를 마친 뒤의 관리 방안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감 기간 선진적인 교정·치료 프로그램을 충실히 운영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재범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두순 사건은 ‘얼마나 오래 신상정보를 공개할 것인가’를 넘어, 성범죄자를 사회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범죄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제도는 없지만, 제도의 한계를 인정한 가운데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는 노력은 필요해 보입니다.
[김나연 디지털뉴스 기자 kim.nayeo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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