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전 끊긴 서울-베이징 철로···'꿈'은 이뤄질까
부산-베이징 노선, 6·25 전쟁으로 끊겨
EU ESCAP, 북아시아 횡단철도 구상
역대 정부 거듭 추진···북핵 등에 무산
베이징까지 5시간 40분·15만원 전망
배후인구 4.25억···물류망 혁신 기대
대북제재·北美 수용성 등 '산' 넘어야

“경의선이 이어지면 유럽까지 뻗어가고, 한일 간도 해저터널로 연결되는 ‘철의 실크로드’가 생겨날 수 있을 겁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철도 연결에 합의한 후 이 같이 밝혔다. 과거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연결돼 있었던, 그러나 6·25 전쟁으로 끊긴 지 반세기가 된 철로를 잇는다는 구상이었다.
우리만의 계획은 아니었다. 앞서 1990년대부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도 북아시아 대륙횡단철도(TAR)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었다. 당시 TAR 사업 타당성 조사팀은 남북 및 중국·러시아 등을 모두 방문해 현지 실사까지 했다. TA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대륙횡단철도(TCR)와 연결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부터 북한과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철로로 연결한다는 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철도망 확장에 대한 관심은 어딜가나 높았다. 2001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을 아우르는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했다.
2002년에는 남북 철도를 잇기 위한 착공식까지 열렸고, 2004년 연결 작업이 끝났다. 노무현 정부 들어 남북은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공동 응원을 진행하기로, 특히 공동 응원단이 남북 철로를 통해 베이징까지 이동하기로 합의했다. 2007~2008년에는 문산에서 개성을 오가는 화물 열차가 1년 간 운행되기도 한 만큼 어렵지 않게 실현될 법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남북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고, 경의선·동해선 건설도 중단됐다. 이후로도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에서 남북 철도 연결을 시도했으나 북한의 핵개발·실험 등으로 거듭 무산됐다.

이러한 부침 속에서도 남북 철도 복원과 대륙으로의 연장을 위한 연구와 분석은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 2016년 한국교통연구원은 '유라시아 고속철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 보고서를 통해 서울에서 북한 신의주까지의 고속철 요금은 6만9000원, TCR과 연결한 후 서울-베이징 고속철 표값은 15만2200원으로 예측했다.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소요시간은 5시간 40분 가량, 비행 시간(2시간 20분)보다 두 배 이상 길지만 공항 이동 등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교통연구원은 서울-베이징 간 고속철 요금이 항공기보다 14만7000원 가량 더 저렴하며,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의 항공 수요가 30%만 고속철로 전환되더라도 총 550억원 가량의 운임 절감 효과가 기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지난 2018년 동해선축의 환동해경제권으로 국내총생산(GDP) 약 2조 달러, 경의선축의 환황해경제권으로 GDP 약 6조7000억 달러의 경제권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동아시아고속철도(ETX) 건설을 꾸준히 주창해 온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 겸 ETX 포럼 상임대표 등은 ETX의 배후인구가 4억 2500만명, 국내총생산(GDP)은 6000조원에 달하며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지난 19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중국, 국제기구 간의 협력을 통해 서울·부산과 평양(무정차통행)에서 베이징까지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되 북한 철도 현대화를 병행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중 간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기술 표준화, 운영시스템 등 공동연구와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내년의 초기 과제로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2년 "KTX와 GTX를 넘어 ETX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기억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유럽 대륙까지 철도로 연결한다는 꿈은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다. 서울과 베이징 등 동북아 주요 도시가 1일 생활권에 편입되면 여객 수송뿐만 아니라 물류에도 혁신이 일어나는 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도 나서 북한을 설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여 온 사안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 2019년 남북 간 철도 협력 프로젝트를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으로의 대규모 현금 이전이나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출 등을 금지하고 있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빠질 수 없는 품목들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2기 집권 후 북한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상황은 다를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얼마나 수용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정세에 따라 수용성이 만들어질 수 있고, 정세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런 정세를 선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설득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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