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겨울’ 작황 영향…작목·지역별 희비 엇갈려

이선호 기자 2025. 12.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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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일조량 부족 쪽파 병충해↑
경남 고추 출하 지속…가격 급락
전남 배추 과잉생육에 상품성↓
강원 따뜻해 겨울축제 연기 ‘울상’
정식 늦은 양파·마늘농가 안도감
시설하우스 난방비 절감 ‘반색’
경남 창녕군 대지면에서 2만6446㎡(8000평) 규모로 마늘을 재배하는 성태경씨(59)가 11월 파종한 마늘밭을 보여주고 있다. 성씨는 추운 겨울 날씨로 생육이상이 발생할까 걱정했지만 최근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잎이 파랗게 돋아나는 걸 보며 한시름을 놓았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봄날 같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겨울축제 준비로 한창인 강원은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연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가을장마로 작기가 늦어진 양파·마늘 주산지 전남·경남에서는 생육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 최고기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날이 6일(21일 기준)로 지난해(2일)보다 많았다. 20일에는 부산이 19.6℃까지 오르는 등 ‘봄 날씨’가 이어졌다.

얼음 안 얼어 축제 연기…병충해 확산 우려도=‘겨울 관광’이 지역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강원지역의 걱정이 크다. 특히 내년 1월 시작되는 각종 지역축제들은 얼음낚시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따뜻한 날씨에 강이 얼지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실제로 평창송어축제위원회는 평창 송어축제 개막 날짜를 당초 1월1일에서 1월9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축제장인 오대천 일대 얼음 두께가 얼음낚시 운영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다.

스키장·눈썰매장 등은 인공눈에 의존하고 있지만 영상권에 머무는 따뜻한 날씨와 잦은 비 때문에 유지가 쉽지 않다.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한 농가는 “한창 눈썰매장 슬로프를 만들고 있는데 20일에 비가 와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허탈감을 나타냈다.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병충해 확산과 작황 저조를 우려한다. 따뜻한 데다 비까지 자주 오면서 시설하우스 내부가 고온다습해져서 각종 병이 발생하는 최적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태경 충남 예산중앙농협 쪽파공선회장은 “노균병 등이 예년보다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심한 농가의 경우 전체 면적의 70∼80%까지 번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환기 등 세심한 관리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충호 경기 여주 점동농협 가지작목반 회장도 “따뜻하긴 하지만 비오고 흐린 날이 많아 예년보다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작물 생장도 늦고 곡과가 발생하는 등 상품성이 떨어져 이중 삼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날씨가 추워 난방비가 좀 들더라도 맑은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겨울 시설고추 주산지인 경남 밀양 농가들은 가격 하락을 우려한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고추 생육이 좋아서 밀양지역의 생산량이 늘었는데, 이즈음 작기가 마무리돼야 할 전남지역에서도 출하가 계속되고 있어서 출하량 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영만 밀양 무안농협 지도과장은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생산량만 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며 “실제로 이달 청양고추 도매가격이 10㎏당 4만원대 초중반으로 평년 5만원대보다 낮다”고 말했다.

월동배추 주산지 전남에서는 배추의 과잉생육을 우려하고 있다. 월동배추는 결구가 거의 끝난 상태인데, 비가 잦고 기온이 높다보니 생육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원익 해남 황산농협 팀장은 “고온인 상태가 지속되면 배추 속이 고르게 차지 못하고 뒤틀리는 ‘꽈배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먹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상품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양파·마늘 생육 도움…난방비 절감도=전남과 경남의 양파·마늘 농가들은 따뜻한 날씨가 고마울 따름이다. 올가을 장마로 아주심기(정식)와 파종이 최대 한달 이상 늦어진 터라 따뜻한 겨울이 생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올해 아주심기가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따뜻한 겨울 날씨가 오히려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 대지면에서 2만6446㎡(8000평) 규모로 마늘을 재배하는 성태경씨(59)는 “파종이 늦어지면서 바로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에 뿌리 활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생육 속도가 느려져 수확량이 크게 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달 내내 크게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기대감이 생긴다”면서 “실제 지금 잎이 파랗게 돋아나는 것을 보니 건강하게 발아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가온을 하는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난방비 절감이 반갑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서 시설하우스 8동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최임호씨(33)는 “체감상 난방기 가동 횟수나 시간이 지난해 12월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면서 “난방기의 설정 온도는 예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음에도 외부 기온이 높다보니 실내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난방기 돌아가는 횟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날씨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중원 충남도농업기술원 양념채소 팀장은 “저온피해는 기온이 서서히 떨어질 때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습 한파가 닥칠 때 피해가 극대화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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