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일본·중국 관계의 위기, ‘강 건너 불’ 아니다
中, ‘한일령’에 군사적 겁박
日, 대립하며 군비 증강
대만 해역은 주요 수송로
우리가 존립위기 맞을 수도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를

지금 일본·중국 사이에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대립이 심상치 않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국유화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희토류의 대일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양국 관계가 위기를 겪은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중·일 관계의 파탄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고, 한국 안보에도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현 사태는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에서 한 ‘대만 유사(有事)’ 관련 답변이 발단이 됐다. “중국이 대만 주변을 해상 봉쇄할 경우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중국이) 전함을 동원하고 무력 행사가 수반된다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존립 위기 사태란 2015년 ‘신 안보 법제’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발동의 요건에 해당한다. 집단적 자위권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해상 봉쇄로 미·중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된다.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그것의 철회를 위해 강압적 수단을 총동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 권고,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등 ‘한일령(限日令)’으로 시작해 대일 압박의 강도를 점차 높여 왔다.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항모 전단을 동원한 무력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 본토를 겨냥한 폭격기 연합 훈련까지 감행했다.
중국의 압박이 거칠어지자 다카이치는 지난 16일 참의원에서 “정부의 기존 입장을 넘어선 발언을 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대목을 반성할 점으로 삼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참모들이 원래 준비한 답변 요령은 “어떠한 사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실제 발생한 사태의 개별·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할 것”이었다고 한다. 다카이치는 이런 ‘모범 답안’을 벗어나는 ‘실수’로 오해를 자초한 점을 반성하면서도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차제에 다카이치 내각을 확실히 길들이고자 군사적 겁박까지 시도했으나, 결국 발언 철회는 받아내지 못한 채 다카이치의 국내 정치적 입지와 군비 증강의 명분만 강화해 주고 말았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중·일 관계가 복원될 가망은 없고, 위기가 재발할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대만 유사(有事)’를 ‘일본 유사’로 간주하는 일본의 위협 인식과 정책은 바뀔 수 없고, 중·일 간의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타협이 불가능하다. 일상화되고 있는 중국 해경의 센카쿠 열도 영해 침범과 이에 따른 양국 해경의 대치가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주권 침해와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며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 더구나 1895년 청일전쟁 이후 50년간 대만을 지배한 일본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의도를 보이면 이성과 자제력을 잃는 경향이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 취한 자세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가 11월 25일 다카이치와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통해 무역 갈등을 해결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 정신이 팔린 트럼프에게 동맹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보다 전략적 담합이 한국과 일본에는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 유사는 한국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대만 해역은 한국 경제의 명줄인 해양 수송로 중심에 있다.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를 지배하면 그 명줄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존립 위기 사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대중 과잉 의존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의 패권적 횡포에 대항할 역량을 확보할 때까지는, 중국과의 정면 충돌을 가급적 피하는 수밖에 없다.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 꼭 필요할 경우에는 2021년 이후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이미 사용한 표현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그간 한미가 합의한 세 가지 요소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강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촉구,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다. 중국도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므로 시비하기 어렵다.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는 대만과 센카쿠 열도뿐 아니라 독도에도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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