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부른 나비효과… 산타의 순록 사라진다
인접 러시아서 징집 늘며 늑대사냥 ↓
늘어난 맹수들, 국경 넘어 핀란드행
늑대에 죽은 순록, 1년 새 70% 급증
종전 협상 늦어져 개체수 회복 먼길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을 가득 실은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끌고 하늘을 나는 순록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순록은 전 세계인이 반기는, 성탄절을 상징하는 동물로 자리 잡았다. 환경파괴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으로 분류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다행히 ‘산타클로스의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에서는 숲에서 순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농가에서 순록을 숲에 방목해 사육하는 산업이 전통적으로 널리 성행한 덕분이다.

최근 핀란드 숲에서는 늑대에 당한 순록 사체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순록의 죽음이 단순히 먹이사슬에 의한 자연순환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들의 전쟁으로 인한 결과로 추정되기에 안타까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핀란드 내에서는 인접국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직·간접적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건강한 남성들이 전쟁에 군병력으로 동원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늑대 사냥이 줄어들었고, 이 영향으로 늘어난 늑대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숲 대신 핀란드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의 늑대 개체 수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다. 핀란드 농림부 산하 연구기관인 핀란드 자연자원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4년 봄 약 295마리이던 핀란드의 늑대 수가 올해 약 430마리로 증가했다. 이는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핀란드 천연자원연구소는 지난 10년간 숲에서 채취한 늑대의 DNA 샘플 수천개를 분석한 결과 핀란드에서 이전에 관찰되지 않았던 DNA를 지닌 늑대가 급증하는 현상을 최근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 동물들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긴 전쟁으로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황폐화돼 이 추세는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 끝날 희망도 크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아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영토문제 등으로 양측의 간극이 큰 상황이어서다.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전쟁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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