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 세계가 빚 늘리는 지금, 우리나라는 안전한가?

신동섭 인천시의회 의원 2025. 12. 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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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확장재정 속도 조정 권고
국가 대규모 추경, 지방정부 부담
‘국가채무 낮아 괜찮다’는 위험
현명한 선택하는 재정 운영 필요

신동섭 인천시의회 의원

지금 세계는 ‘부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한 전 세계 부채 규모는 2025년 2분기 기준 337조7천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경원에 이른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하버드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부채에 이자 부담까지 늘면서 세계는 부채를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고령화, 지정학 갈등, AI·기술 투자 경쟁까지 겹치며 빚을 더 내서라도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라인하트 교수는 이 흐름을 ‘부채의 유혹’이라고 부른다. 그는 “AI 역시 복권과 같다. 모두가 투자하지만, 실제 승자는 극소수이며 과잉투자와 실망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위험은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확장재정의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재정 기조 전환을 권고했다.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회복 단계에 들어서겠지만,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경제가 지탱되는 만큼 중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과 재정건전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는 31조8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 소비쿠폰을 포함하는 ‘슈퍼 확장재정’을 집행했고, 그 결과 빠르게 국가채무가 증가함과 동시에 남겨진 재정 여력조차 가파르게 소진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국가 부채보다 더 심각한 가계부채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가계부채는 GDP 대비·가처분소득 대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령화 속도까지 감안하면 부채 상환능력은 계속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빚의 재질이 다르다.

이는 단순한 민간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아일랜드·스페인의 사례처럼 가계와 금융권의 부실이 결국 공공부채로 전가되며 국가 전체의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확장재정의 후폭풍을 가장 먼저 체감한다. 중앙정부가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면서 지방정부는 의무 지출 부담이 증가했고, 결국 일부 지방정부는 자체 재원을 초과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빚을 내는 상황까지 몰렸다.

인천 역시 지역 소비 진작을 위해 채무를 발행해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재정구조가 약한 지방정부일수록 장기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신호다. 중앙정부가 빚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지방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재정 취약성은 더욱 커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재정 준칙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과거의 기준은 작동하지 않고, 지금은 ‘빚을 내도 된다’는 새로운 암묵적 준칙만이 남아 확장재정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만 커지고 있다.

재정 기준점이 무너진 상황에서 추가 부채 발행은 오히려 쉽게 결정되며, 이는 결국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전가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단 하나다. “세계가 빚을 내니까, 우리도 빚을 내야 하는가?”

가계부채 세계 1위, 초고령사회 진입, 구조적 저성장이라는 한국의 현실에서 ‘국가채무는 낮으니 더 써도 된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 지금처럼 부채를 기반으로 한 단기적 경기부양이 반복되면 결국 한국도 전 세계가 우려하는 위기 흐름에 편승하게 된다. 오늘의 선택은 미래의 위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쓰는 재정이 아니라 더 현명하게 선택하는 재정 운영이다. 국가의 부채 가속페달을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 전체가 먼저 위험해지고, 지방정부가 그 뒤를 따라가다 같은 파국을 맞을 것이다. 이 흐름을 멈추지 않으면 다음 위기는 예고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의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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