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기 난사’ 테러범 부자, 치밀한 범죄 계획···사전 훈련에 사제 폭탄까지 제작
수개월 전부터 전술 훈련에 사전 답사 정황도
용의자 나비드 모친, 범행 사전 인지 의혹도

유대교 행사를 겨냥한 호주 본다이 비치 총격 테러 사건의 용의자 나비드 아크람과 그의 아버지 사지드 아크람이 ‘테니스공 폭탄’ 등 사제 폭발물을 만들고 전술 훈련과 사전 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호주 경찰의 사실관계 보고서에는 두 용의자가 범행 당일 총격에 앞서 파이프 폭탄 3개와 테니스공으로 만든 폭탄 1개를 제작해 군중을 향해 던졌던 사실이 적시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폭탄이 터지지 않자 이들은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 폭탄들이 “작동 가능한 사제폭발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수개월 전부터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한 영상을 제작하고 전술 훈련을 해온 사실도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용의자들이 IS 깃발 앞에 서서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과 시골 마을에서 산탄총을 발사하며 전술 훈련을 하는 듯한 모습 등이 담겼다. 이들은 범행 전 자신들의 차량 유리창에 IS 깃발을 내걸기도 했다.

사전 답사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범행 이틀 전인 지난 12일 촬영된 한 영상에는 두 남성이 해변 인근에 세운 차량에서 내려 도보교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장소와 같은 위치에서 도보교로 걸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테러 행위를 위한 사전 답사·계획의 증거”라고 밝혔다.
범행 당일 두 사람의 행적도 공개됐다. 지난 14일 새벽 두 사람이 시드니 교외 캠시의 단기 임대 숙소에서 담요로 감싼 “길고 부피가 큰 물건”을 차량에 옮겨 싣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같은 날 오후 해변에 도착한 이들은 해당 물건을 들고 범행이 이뤄진 도보교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 물건들이 산탄총 2정과 소총 1정, 사제폭발물 5개, 직접 만든 IS 깃발 2개 등이라고 밝혔다.
나비드의 어머니가 사전에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앞서 경찰에 두 사람이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로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어머니는 집을 비운 나비드가 매일 아침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그날의 계획을 이야기하곤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테러는 35명이 숨진 ‘1996년 태즈메이니아 총격 사건’ 이후 발생한 호주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호주 연방검찰청은 이날 나비드를 살인 15건과 테러 행위 1건 등 총 5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이날 교도소로 이송됐다. 재판은 내년 2월16일에 열린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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