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요?" 'AI 추천' 탑재하는 도서관…사찰·편향 우려도

김서현 기자, 민수정 기자 2025. 12. 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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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소담도서관에는 2m에 가까운 높이의 대형 기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 소재 직장인 신민수씨(27)는 "최근 본 한 중학생의 발표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책을 찾지 못해서'라고 하더라"며 "AI 추천 시스템이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짚어줄 수 있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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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창신소담도서관 입구 근처에는 1m70㎝ 높이의 디지털사서 기기가 놓여있었다. 화면을 클릭하면 직접 디지털사서시스템을 이용해볼 수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소담도서관에는 2m에 가까운 높이의 대형 기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얀색 테두리로 둘러싸인 거대한 키오스크 형태로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도서 추천부터 자료 대출·반납까지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사서 시스템' 기기다. 도서관은 지난 9일 개관하면서 기기를 선보였다.

회원증을 기기 하단에 갖다 대자 도서 추천 및 대출·반납 등 다양한 기능이 화면에 떴다. '스마트 추천 도서'라고 적힌 탭을 누르자 '대여 이력 분석 결과'라는 제목의 화면으로 전환됐다. 화면에는 총독서량과 분야별 대여 비중이 원그래프로 나타났다. 철학·사회과학·종교 등 카테고리로 빌린 책을 분류해 이용자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철학' 장르를 선택하자 읽었던 책 외 다른 철학 분야 책이 표지와 제목과 함께 떴다. 그중 관심 있는 도서를 누르자 책 위치까지 경로를 안내하는 3D 도면을 볼 수 있었다. AI가 해당 도서를 추천하는 이유가 따로 표기되진 않았다.

창신소담도서관의 디지털사서시스템에 회원증을 갖다댄 후 '스마트도서 추천' 칸을 누르면 대여 이력을 바탕으로 추천도서가 뜬다./사진=김서현 기자.


창신소담도서관은 디지털사서 시스템의 접근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하드웨어를 구축해놓았고 오는 1월 개시를 목표로 소프트웨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AI 추천 시스템에 기대감을 나타낸 시민도 만났다. 서울 소재 직장인 신민수씨(27)는 "최근 본 한 중학생의 발표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책을 찾지 못해서'라고 하더라"며 "AI 추천 시스템이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짚어줄 수 있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첨단 AI 시스템을 갖춘 미래형 도서관은 늘어나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 '경기도서관'엔 AI 독서토론실 등이 마련됐다. 읽었던 책에 관해 AI와 토론을 할 수 있다. 카메라로 이용자 감정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도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도 있다.

남은 과제는 '개인정보'…알고리즘 편향도 지적
디지털사서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개인정보'다.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구조상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자신의 가치관, 관심사에만 몰입되는 '확증편향' 현상이 강화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국제도서관연맹(IFLA)도 2020년 '도서관과 인공지능에 관한 성명'을 통해 중립성과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유지 등 AI 기술 도입 시 도서관이 취해야 할 태도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행 도서관법에는 아직 AI 정보의 활용 범주와 관련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서관에서 한 아이가 AI 감정분석을 활용한 도서추천 시스템을 사용해보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알고리즘 편향은 도서관 업계에서도 두려워하는 지점"이라면서도 "최근 도서관의 가장 큰 고민이 이용자 감소인데, 도서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려면 대출뿐 아니라 시간·환경적 데이터까지 분석할 수 있는 추천 기술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규제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악성 의도가 담길 경우 심하게는 사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며 "도서관 관련 법제에 프로파일링 금지 의무 등을 도입하거나 적어도 내부 규정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남 교수도 "도서관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라도 국가도서관위원회와 같은 공식 기관에서 AI와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준 혹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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