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시리아인 죽음 내몬 아사드 일가, 러시아서 호화 망명생활

14년간의 내전 끝에 지난해 말 축출된 바샤르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 일가가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호화로운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다수의 목격자, 가족, 친구, 전 아사드 정권 관계자들을 취재해 러시아로 도피한 이후 아사드 일가와 고위 정권 관계자들의 현재 생활을 보도했다. 유엔은 아사드 전 대통령은 60만명이 사망한 내전 기간 중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전에서 패배한 직후 아사드 일가는 전용기로 모스크바에 망명해 포시즌스호텔에서 운영하는 아파트에 머물렀다. 거주비가 일주일에 1만3천달러(2천만원)에 달하는 호화 숙소였다. 이후 이들은 모스크바의 국제비즈니스센터에 있는 초고층 페더레이션 빌딩의 펜트하우스로 거처를 옮겼다. 한 시리아 이민자는 이 빌딩 62층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사드 전 대통령이 식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사드 일가는 현재는 모스크바 교외 루블료프카에 있는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다. 루블료프카는 러시아 고위층 엘리트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고급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다. 대통령에서 파면돼 2014년 러시아로 망명한 빅토르 야누코비치(75)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러시아 보안 당국은 아사드 일가를 경호하는 동시에 감시하며,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 전 대통령이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2011년부터 가해진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해 러시아로 옮겨놓은 막대한 재산 덕분이다. 아사드 가문의 재력은 주로 아사드 일가 딸들의 행적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아사드의 딸 제인은 22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스크바 교외의 한 별장에서 친구들과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초대해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 아사드의 동생 마헤르의 딸인 샴 아사드도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바가텔’과 호화 요트에서 이틀에 걸쳐 성대한 파티를 열며 22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샴의 생일을 맞아 올라온 한 게시물에는 에르메스, 샤넬, 디올 같은 사치품을 담은 쇼핑백이 즐비했다.
제인은 정권 붕괴 후 몇주만에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프랑스의 명문 소르본대학의 아부다비 분교에서 학업을 재개했다. 재학생들은 제인이 캠퍼스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다녔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한 학생은 단체 채팅방에서 “환영하지 못하겠다”고 썼다가 아랍에미리트 당국의 조사를 받고 퇴학을 당했다. 아사드 일가를 아는 한 지인은 아사드 전 대통령이 자녀들이 머물 수 있도록 아랍에미리트 당국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5일 영국 매체 가디언은 아사드 전 대통령이 공개 활동을 금지당한 채 의대에서 안과 수업을 듣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20대 때 영국에서 안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고, 현재는 돈이 필요해서가 아닌 소일거리로 러시아 부유층 환자들을 진료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고문하고 살해한 아사드 정권의 고위 관계자들 30여명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거나, 은둔해 법의 심판을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는 다른 아사드 정권 고위 관료들도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대신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독일로 피신한 아사드 정권의 정보기관 요원은 살인과 고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데페아(DPA)통신은 독일 연방검찰이 이날 내전 기간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100건 이상의 고문에 관여한 혐의로 ‘파하드’라고만 이름을 밝힌 전직 정보기관 요원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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