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기반 실증으로 공교육 디지털 전환을 탐색하다”

김명환 기자 2025. 12. 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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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에듀테크 소프트랩, 교사·학생 참여 기반의 공교육 디지털 전환 사례
교사·학생·기업이 함께 만든 공교육 실증 플랫폼의 성과
5년간 43개 기업· 약 1만 명 학생 참여로 축적된 현장 검증의 경험
지난 6월 열린 에듀테크 기업 및 교원 매칭데이에서 교사들이 에듀테크 활용역량을 높이고 있다. DIP 제공

공교육 현장에서의 기술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충분한 검증과 현장 적합성에 대한 검토 또한 꾸준히 요구돼 왔다. 기술을 활용한 교육효과는 실제 수업 적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었다. 효과성에 대한 의문은 교사에게는 수업 운영 측면의 부담으로, 기업에게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학교 현장에 적용해 볼 기회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여건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ICT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기술을 교육에 접목해 학습효과를 높이거나 새로운 교육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성은 컸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에듀테크가 공교육 활용에 적합하며 교육적 효과가 있는 지 검증을 요구해 왔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해 2021년부터 5년간 운영한 '에듀테크 소프트랩'은 교육부 주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전담, 대구시·대구시교육청 공동 주관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기술의 교육적 효과를 검증하는 구조 마련을 목표로 출발했다.

대구 에듀테크 소프트랩은 단순한 체험공간을 넘어 교사·학생·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교육 실증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DIP는 테스트베드룸과 미래교육체험관, 오픈이노베이션 공간 등을 구축한 뒤 실제 수업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에듀테크 제품을 검증해 왔다. 실증은 교사가 수업을 직접 설계하고, 학생이 참여해 학습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수업 전·중·후 데이터를 축적해 개선이 이뤄지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러한 실증구조는 5년간의 운영을 거치며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실증에 참여한 에듀테크 기업은 43개 사, 교사는 203명, 누적 학생은 9천684명에 달한다. 수업과정에서 수집된 실증 데이터는 3천969건으로, 이를 토대로 실제 학교 현장에 적용된 사례는 308건으로 집계됐다. 실증 만족도는 평균 94.5점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99.3점으로 나타나 현장 반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참여 규모 확대를 넘어 공교육 적합성과 완성도를 중심으로 한 실증 운영을 중시하는 단계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성과는 연구 현장에서도 의미있는 평가로 이어졌다. 올해 제19회 디지털교육연구대회에서 대구 에듀테크 소프트랩 실증사례가 '전국대회 1등급(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대구월성초등학교 교사가 소프트랩 실증제품을 활용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수학 학습효과를 높인 연구로, 전국 출품작 가운데 상위 약 10%에만 부여되는 최고 등급을 차지한 것. 교실에서 축적된 실증 경험이 연구성과로 확장되며 소프트랩 모델의 공교육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실증은 제품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XR·메타버스 기반 수업 콘텐츠를 개발한 한 기업은 "장비 의존도가 높아 수업 활용이 어렵다"는 교사의 피드백을 반영해 웹 기반 버전을 새로 개발했다. 인공지능 학습 플랫폼과 코딩 교육 솔루션 역시 난이도 조정과 UI·UX 개선, 수업흐름 보완을 거치며 실제 수업 적용사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교실에서 도출된 피드백이 제품 고도화로 연결되는 구조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실증의 범위는 교실을 넘어 다양한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공교육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교육 현장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웹캠 기반 핸드트래킹 과학 3D 콘텐츠를 개발한 한 에듀테크 기업은 대구 에듀테크 소프트랩 실증을 통해 제품을 고도화한 뒤, 글로벌 사회혁신 프로그램에 선정돼 베트남 현지 학교에서 개념검증(PoC)과 교육실증을 진행했다. 국내 교실에서 검증된 기술이 해외 교육 현장으로 적용된 사례로 실증–개선–현장 적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는 이를 다루는 교사의 역할이었다. DIP는 교원을 단순한 사용자에 그치지 않고, 실증 설계와 평가과정에 참여하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교사는 에듀테크 활용역량과 수업 설계 전문성을 함께 높였고, 기업은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흐름을 이해한 상태에서 제품을 개선하는 경험을 축적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현장을 넘어 향후 정책 논의로 확장될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5년간 축적된 실증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는 AI·디지털 교육자료(옛 AI디지털교과서) 도입과 AI 기반 맞춤형 수업 확산 등 향후 교육정책을 검토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동시에 대구는 에듀테크 실증과 현장 적용이 연계되는 거점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 성장과 산업생태계 확장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이영준 DIP 디지털산업본부장은 "지난 5년간 교실 중심의 실증모델을 통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여왔다"며 "앞으로는 축적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과 정책 논의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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