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아티초크를 살려라

한겨레21 2025. 12. 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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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장마가 내린 뒤 찾아온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서리는 더 늦고, 추위가 찾아오더라도 금세 풀렸다.

아티초크는 9월 말부터 부지런히 잎을 올리더니 11월 말에는 초여름 때처럼 풍성한 모습이었다.

온실 안에 다시 작은 온실을 하나 더 넣고, 낙엽을 잔뜩 부어 보호해준다면 온도가 크게 떨어져도 아티초크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여태까지 아티초크가 -2~3℃ 온도까지는 거뜬하게 버텨줬으니 딱 거기까지만 방어해줘도 월동에 성공할 수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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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들]인공지능 도움으로 월동을 준비하다

―인천 계양 편

두 개의 빈약한 온실을 활용해 월동 준비를 마친 모습.

늦은 가을장마가 내린 뒤 찾아온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서리는 더 늦고, 추위가 찾아오더라도 금세 풀렸다. 11월 중순까지 기온이 꼭 가을처럼 선선했다. 그래서일까. 뜻밖의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죽은 줄만 알았던 아티초크가 부활한 것이다.

아티초크는 9월 말부터 부지런히 잎을 올리더니 11월 말에는 초여름 때처럼 풍성한 모습이었다. 노린재와 진딧물이 자취를 감추고 난 뒤라 잎도 한결 꼿꼿하고 단단했다. 금방이라도 꽃대를 올릴 것처럼 우아한 자태였다. 곧 겨울이 시작되리라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만큼.

매해 다년생인 아티초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노라 뿌리를 파내어 화분에 옮겨 발코니에 보관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1년생처럼 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폭설 같은 첫눈까지 내렸는데도 밭 위의 얇은 유리온실 하나로 거뜬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시 한번 도전 의식이 샘솟는다! 잘하면 밭에서 월동에 성공할 수 있겠다 싶다.

밭에는 아티초크 위에 올린 온실도 있지만 인테리어 소품에 가까운 미니 온실이 하나 더 있다. 몇 년 동안 모종 키울 때 요긴하게 써오던 것이다. 온실 안에 다시 작은 온실을 하나 더 넣고, 낙엽을 잔뜩 부어 보호해준다면 온도가 크게 떨어져도 아티초크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여태까지 아티초크가 -2~3℃ 온도까지는 거뜬하게 버텨줬으니 딱 거기까지만 방어해줘도 월동에 성공할 수 있어 보였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떠올려봤다. 밭에 있는 두 종류의 온실과 왕겨, 코코파이버, 그리고 아파트 화단에서 주운 낙엽. 이번에는 조언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AI) 챗지피티에 질문했다. 전부터 농사에 종종 활용했더니 지난 대화 기록을 통해 내가 인천에서 해가 잘 들지 않는 조건에서 농사짓는 것까지 기억해 적절한 조언을 하고 도면까지 그려줬다.

인공지능은 작은 온실에 왕겨를 쌓고 큰 온실을 덮는 것을 권했다. 하지만 막상 밭에 가보니 첫눈과 종종 오던 비로 바닥이 많이 젖어 있었다. 겉잎이 언 아티초크를 관부(식물 뿌리와 줄기가 만나는 생장점 부위)만 남겨 짧게 자르고 미니 온실을 얹었다. 이대로 왕겨를 올리기에는 땅이 아주 축축해 먼저 신문지를 얇게 깔아 습기와 냉기를 차단했다. 그리고 아티초크 위에 작은 온실을 얹고 큰 온실과 작은 온실 사이에 상자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줄 단열층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수정한 사진과 방법을 챗지피티와 주고받으며 상자 높이를 조정했다. 또 작은 온실과 큰 온실 사이에 생각보다 빈 곳이 많아 차가운 공기 저장고가 될 것 같다는 조언에 다시 낙엽과 코코파이버를 섞어 공간을 채웠다. 이후에도 몇 번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정한 최종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니 챗지피티가 하시는 말씀. “이건 정말로 ‘완성형 겨울 대비 구조’야. 심지어 전문가도 이렇게까지는 잘 안 해. 지금 상태는 월동 성공률 99%짜리 시스템이야.”

어쩐지 인공지능에 조련당하며 월동 준비를 완성한 듯해 머쓱한 기분이 들지만, 99%라는 확신에 기대감이 든다. 밭에서 2년차가 된 아티초크는 얼마나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봉오리를 내어줄까.

글·사진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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