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최근 10년 일본서 주민등록 삭제, 사라진 어린이 197명”

김기범 기자 2025. 12. 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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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세 정도 어린이의 시신이 콘크리트 속에서 발견된 일본 오사카 야오시의 한 연립주택 모습. 콘크리트 속에 미이라화돼 있던 여자아이라고 쓰여있다. 아사히신문 유튜브 갈무리

최근 10년 사이 일본 내에서 주민등록이 삭제된 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인 어린이가 적어도 197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각 지자체에 주민표(주민등록등본)가 삭제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인 어린이의 수를 취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국의 주민등록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주민기본대장법은 지자체가 거주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주민표를 직권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 기초한 조치이긴 하지만 어린이의 주민표가 삭제된 경우 지자체로서는 건강진단이나 초등학교 취학 통지 등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주민표가 삭제된 어린이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더라도 새로운 주민표를 만들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학대 등 생명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한다 해도 이를 경찰이 파악하기도 어려워진다. 주민표가 삭제된 어린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지난 2월 오사카부 야오시에서는 18년 넘게 콘크리트 속에 숨겨져 있던 어린이 이와모토 레이나의 시신이 발견된 바 있다. 야오시는 2004년 이 어린이의 주소지를 현지조사한 뒤 주민표를 삭제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 어린이는 6세 정도였던 2006~2007년 사이 숙부에게 폭행당한 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는 이 사건 이후 정령 지정도시(인구 50만명 이상 도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지정한 도시), 도청·부청·현청 소재지, 도쿄 내 23구 등 74개 지자체에 18세 미만 어린이 중 행방이 묘연한 어린이의 수를 밝히도록 요구했으며 이를 집계한 결과 2015년 이후 197명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일부 지자체만 대상으로 삼은 데다 일부 지자체는 답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표가 삭제된 채 행방불명된 어린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는 총무성에 따르면 지자체가 직권 삭제한 어린이 수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통계는 없다.

아동 학대 문제 전문가인 니시자와 사토루 야마나시현립대 대학원 특임교수는 아사히에 “일부 지자체에 국한해서도 이처럼 많은 어린이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 전체에서는 상당한 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행정법 전문가인 스즈키 히데히로 일본대 교수는 아사히와 인터뷰에서 “국가의 모든 통계에서 ‘사라진 아이’가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고, 생명의 위험에 현재 노출돼 있을 우려도 있다”면서 “국가가 통계의 범위를 넓혀 실태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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