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 2000원 시대… 유럽 통화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 경신

유진우 기자 2025. 12. 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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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파운드 환율 2000원 돌파
원·유로 환율 1750원 근접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파운드당 2000원 선을 넘어섰다. 2009년 9월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이다. 유로화 역시 1유로당 1747원을 돌파하며 2009년 11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외환 당국이 달러 공급 확대 조치에 나섰음에도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한 은행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외환시장에서 원·파운드 환율은 장중 1파운드당 2002원까지 올라섰다.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747원 안팎을 기록하며 두 통화 모두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공표하는 기준 환율 역시 22일 기준 1유로당 1738.72원으로 유로화 강세 흐름을 뒷받침했다.

유로화는 올해 1월 1505원 수준에 거래되다 1년도 채 안돼 16%가 뛰었다. 파운드화 역시 올초 1760원대에서 거래되다 13.8% 급등했다. 현재 유로화나 파운드화는 국제 시장에서 특별히 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 통화가 강세가 환율 급등 원인이 아니라, 원화 가치 하락이 본질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하락하면서, 유럽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추정했다. 기축통화에 해당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유로와 원·파운드 환율은 기계적으로 동반 상승한다. 여기에 최근 유럽 통화가 정책상 이유로 달러 대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자 환율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달러화(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한국은행과 외환 당국은 최근 원화 약세 배경으로 거시경제 기초 체력(펀더멘털)보다 수급 불균형을 지목했다. 국민연금(NPS)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와 개인, 기업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를 확대하면서 달러를 사들이는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누적된 원화 약세 원인이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상시적인 달러 수요 증가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달러를 조달하고, 환헤지를 하는 방식이 정책적 쟁점으로 떠오를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환헤지란 환율 변동 손실을 막기 위해 미래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위험 회피 방법이다.

한국은행은 급등하는 환율을 잡기 위해 국내(온쇼어)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고, 국민연금과 외환 스왑을 연장하는 방어막을 쳤다. 그럼에도 해외 투자 열풍이 꺾이지 않는 한 상승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는 “한국 당국이 최근 원화 약세를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와 연결해 공개적으로 설명하며 시장 안정에 나선 상태”라고 전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사이 파운드화와 유로화 같은 유럽 통화들은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적 잘 유지했다. 원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16년 내 최고 수준까지 오른 배경에는 원화 약세와 ECB의 신중한 통화 정책 기조가 동시에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보통 통화량이 늘어나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영란은행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이유로 들어 앞으로 추가 인하 속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로이터는 “이번 금리 인하 이후 영란은행이 확실하게 가이던스를 주면서, 파운드화 가치 하방선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유로화 역시 달러화 대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CB는 최근 정책 금리를 2% 수준에서 동결하며 ‘경기와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운드화. /연합뉴스

급등한 환율은 실물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유로화나 파운드화로 결제해야 하는 유럽 여행객과 유학생, 해외 직구족들은 당장 비용이 급증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항공권, 호텔, 학비 등 전 영역에 걸쳐 체감 물가가 유로·파운드 환율 상승분만큼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기업들도 희비가 갈린다.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 기업은 원화 환산 실적이 좋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에너지나 부품, 고가품 소비재를 유럽에서 들여오는 수입 기업들은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 환헤지 비용 상승과 환율 변동에 따른 회계상 손익 관리 부담도 동시에 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방향성이 유럽 중앙은행들 정책보다 우리나라 원화 수급 상황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 중심 해외 자산 배분 추세가 유지되는 한 원화에는 구조적 약세 압력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 금융당국 조치가 급격한 변동성을 완충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바꾸려면 수급 자체가 완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대외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달러 흐름 역시 주요 변수다. 당분간 원·유로와 원·파운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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